[쿠키인터뷰] ‘킹덤2’ 김성규 “영신의 호패, 죽은 동생 거라고 생각했다”

기사승인 2020-03-30 2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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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 이 기사에는 ‘킹덤’ 시리즈 내용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목숨 수(壽)에 바랄 망(望).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에 등장하는 수망촌은 글자 그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을’이다. 이곳에는 나병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산다. 영신(김성규)의 동생도 나병 환자다. 영신이 특수부대인 착호군의 일원이 돼 수망촌을 떠나던 날, 동생은 가지 말라고 울며 매달린다. 영신은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지만 먼저 세상을 뜬 건 동생이었다. 안현(허준호)과 조학주(류승룡)가 수망촌 백성을 ‘인간 병기’로 만들어 일본과의 전란에 투입해서다.

“영신이라는 이름과 호패가 어쩌면 죽은 동생의 것이지 않을까, 저 혼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최근 화상 통화로 만난 배우 김성규에게 ‘영신’이란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영신이는 다른 사람의 호패를 주워서 자신 것인 양 들고 다니잖아요. 작가님껜 누구의 호패인지 아직 여쭤보지 못했지만, 저는 영신이 갖고 다니는 게 동생의 호패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영신이 그렇게도 살아남으려고 하는 이유를 더욱 잘 보여줄 것 같았거든요.”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고 왕은 그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지만, ‘킹덤’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조선에서 백성은 하늘에게도 왕에게도 버림받은 존재다. 백성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준 건 나라님이 아니라 옆에서 굶어 죽어간 다른 백성의 뼈와 살이었다. 허구한 날 배를 곯던 지율헌의 환자들에게 영신은 왕에게 물려 죽은 소년의 인육을 먹인다. 지율헌에 퍼진 역병은 삽시간에 동래 전체를 덮친다. 영신은 이런 비극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지만 그를 미워하기란 어렵다. 날랜 몸놀림과 우직한 성정이 매력적이기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극도의 배고픔 속 처절한 생존 본능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신의 입장에서 ‘킹덤’은 책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인물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혹은 타의에 의해 책임을 지기도 하죠. 영신은 역병을 퍼뜨린 데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에 책임을 지고자 했어요. 그리고 그 죄책감 때문에 영신에겐 돌아갈 곳이 없으리라 생각했죠. 영신이 세자 창을 따르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일 테고요.”

잔혹한 조학주마저 기꺼이 살리려 했던 서비(배두나)와 달리 영신은 양반을 “날카롭고 분노에 가득 찬” 시선으로 본다. 안현과 조학주의 계략으로 동생을 잃은 아픔 때문이다. 그런 영신이 “저하라면 그래도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실 수 있겠죠”라며 이창을 따르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죄책감과 복수심에 지배당하던 영신이 더 나은 세상으로의 희망을 품게 되는 단서처럼 읽혀서다. 김성규는 “영신이 이창을 따른 데엔 희망을 포함해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영신이 평범한 백성의 생각과 바람을 대표한다고 생각해, 그런 점이 드러나길 바라면서 (이창과의 대면 장면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시즌1과 2에서 영신이 바라는 세상은 아무도 굶주리거나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신분을 떠나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시즌 3는 7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영신의 마음도 달라졌을 수 있겠죠. 작가님께서 영신과 서비처럼 백성을 대표하는 인물에게 애정을 품고 있다는 걸 시즌1 때부터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시즌 3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쿠키인터뷰] ‘킹덤2’ 김성규 “영신의 호패, 죽은 동생 거라고 생각했다”김성규는 2014년 영화 ‘기술자들’(감독 김홍선)에서 단역으로 출발해 2017년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의 양태 역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을 통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도 누렸다. 지금은 tvN 드라마 ‘반의 반’을 통해 피아니스트 강인욱을 연기하고 있다. 강렬한 악역을 주로 연기했던 영화에서와는 달리, 브라운관에선 예민하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연극 무대에 오르던 시절, “한 작품을 마치고 나면 늘 부족한 나를 발견해 다른 극단과의 작업을 겁내기도 했다”던 그로서는 눈에 띄는 성장이다.

“사실 배우로서 저 자신에게 대단히 자신감을 느낀다거나 제 연기에 대한 만족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많고, 그런 불안함이나 긴장감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죠. 하지만 그렇게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풍기는 저의 느낌이나 에너지도 분명 생겼을 거라고 봐요. 김성규라는 사람이 가진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오히려 배우로서 저의 강점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제 장점을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수줍은 말투로) 목소리도요. 하하.”

wild37@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tvN ‘반의 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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