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은 서럽다... "7일 동안 마스크 1장으로 버텨요"

환자 밀접접촉 불구 의료진 아니라 지급 대상 빠져... 1주일 마스크 한 장 버티기도

기사승인 2020-04-09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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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은 서럽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공적 마스크 수급이 다소 원활해진 것과 달리,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병인이 사용할 마스크는 여전히 모자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달 23일 전국 1590곳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3만7000명의 간병인에 대해 보건용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했다. 환자와 밀접접촉하는 간병인 특성상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정부 당국의 판단과 간병인 단체의 건의가 그 이유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여전히 마스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간병인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병원 종사자에 포함되지 않아 의료기관 내 마스크 공급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개별적으로 마스크를 구매해야 하지만, 대부분 간병인이 이주민이다 보니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설사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다 하더라도 외부로부터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간병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밖으로 나간다 한들, 공적마스크 금액인 1500원보다 비싼 3000~4000원의 가격으로밖에 구할 수 없다.

서울시에서 외국인 대상 코로나19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김동훈 서남권글로벌센터장은 시로부터 덴탈 마스크를 지원받아 한 간병인협회를 통해 요양병원 간병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간병인의 감염사례가 있었지만, 정부의 방역 대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환자와 밀접접촉을 하는 간병인에게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7일 서울시 내 3곳의 요양병원에 들러 마스크를 전달했다. 간병인들은 병원으로부터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에 1개의 마스크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한 경우에는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간병인에게만 마스크가 지급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간병인들은 마스크 1개를 최소 2일에서 일주일까지 쓰고 있다. 마스크를 지급받은 간병인들은 김 센터장에게 여러 번이고 고마움을 전했다. 

병원 내 감염이 퍼지기 시작하면, 간병인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방역 물품인 마스크가 지원되지 않고 있다. 김 센터장은 “방역을 위해선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국민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해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게 한다면 우리 국민의 건강도 보호받기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나마 서울시가 잘하고 있는 편”이라며 “이주민 간병인에게 더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병원 내 직원 감염 문제가 발생했었다. 김철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메르스 때 병원에서 카트를 이동시키는 직원이 감염됐지만, 실직의 두려움으로 숨긴 게 문제가 됐었다”며 “병원은 정규직으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감염관리로 끝내선 안 된다. 간병인뿐 아니라 청소직원 등 병원 내 모든 직원의 감염관리가 돼야 병원 내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8일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는 요양병원·정신병원 등을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보다 회복이 어려우며, 실내의 닫힌 공간에 머물러 감염의 위험이 높은 고 위험집단으로 분류했다. 이들 시설에서는 방역관리자를 지정해 ▲집단 내 구성원 체온 측정 ▲외부 방문자 발열·호흡기 증상 확인 등을 해야 한다. 시설 내 확진자가 발생하면 환자 및 수급자, 종사자 등 전원에 대해 진단검사를 진행될 예정이다.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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