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전통문화 바라보기]백성을 사랑하면 번거롭게 하라

입력 2020-05-04 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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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호 전라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한국학 박사(Ph.D)

십여 년 전 손자병법을 흠모해 여러 번 정독한 적이 있다. 천재적인 병술의 전략가인 손무는 소스라치는 전법을 펼치며 예측할 수 없는 판을 주도했다. 그러한 병서는 과거에 이어 오늘을 살아가는 현시대의 처세술로도 주목받았는데 세계적인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오늘날 자신을 만든 건 손자병법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손자병법에는 많은 전술이 논의되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장수에게 알리는 내용으로 전쟁에서 주의해야 할 5가지의 위험 요소라는 글이다. 각각의 요인을 설명하고 각인시켜 다시금 약점이 되지 않게 교훈을 주는 문장으로 되어 있다.

그 원문과 필자의 견해를 써보면

첫째 필사 가살야(必死 可殺也), “죽자고 덤비면 죽이면 그만이다” 누구든 죽자고 덤비면 죽이라는, 있는 그대로의 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나 반대로 살고자하는 적에게는 생명길을 터주자는 묘책이기도 하다. 참으로 단순한 논리지만 과거든 현 시대이든 그러한 전법의 길은 험하고도 어렵다.

둘째 필생 가로야(必生 可虜也), “사는 데 연연하면 사로잡힌다” 전쟁에서 살려고만 하면 결국 포로가 될 뿐이다. 포로는 숨을 쉬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목숨이다. 조직에서 구성원이 사리사욕을 채우며 자신만을 아낀다면 이미 그 조직은 존재의 가치가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홀로 살고자 함은 패배이니 더불어 함께하는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셋째 분속 가모야(忿速 可侮也), “성질이 급하면 함정에 빠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판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급하게 화를 내어 자못 경솔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무릇 관망이라는 조심스러운 전술도 요긴하게 쓸 기회가 있다.

네째 염결 가욕야(廉潔 可辱也), “깨끗한 척하면 더럽히면 된다” 모든 이들은 명예를 중요하고 귀하게 여겨 항상 고결하게 생각한다. 싸움에서의 장수는 더욱더 그렇다. 깨끗한 척하는 장수에게는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로 치욕을 주어 오명을 남기면 된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일하지 않고 핑계를 대는 이에겐 핑계의 오점을 찾아 각인시키면 된다.

다섯째 애민 가번야(愛民 可煩也), “백성을 사랑한다면 번거롭게 하라” 전쟁터에서 백성을 가까이하면 장수는 싸움할 수 없다. 이 말은 군사와 백성이 함께 있으면 병법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말이다. 즉 전장에 나가려면 사랑하는 이들을 멀리하고 번거로운 생각을 주어 전쟁의 아픔을 잊게 해야 한다. 만약 경영자인 당신이 맡고 있는 조직을 사랑한다면 조직원들에게 일을 주어 보람을 찾게 하고 거리를 두고 전략과 지략을 구상하여 그들에게 꿈을 펼치게 하라. 만약 구성원의 몇몇을 가까이하여 지근거리에 두고 애정을 표하면 그 조직은 이미 와해된 것과 다름없다.

손자병법이란 전략서가 나온 지도 무려 250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우리의 선조는 그러한 고전을 통해 독자적인 내실을 다졌고 상대방의 지략을 연구하여 전쟁에서 승리를 얻어냈다. 국가는 한 가족이었으며 공동체를 이끄는 이는 진정한 성군이었다. 또한, 이러한 병법의 고전은 싸움을 이기기 위한 전술서이기도 했지만 삶을 살아가는 지침서이기도 했다.

현대 삶의 장수인 리더들은 오늘날 어떠한 모습으로 어떤 경우의 수를 익히며 싸움에 임하고 있을까?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의 모든 구성원 즉 현대의 생업 전사들은 어떻게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언론 매체의 다양한 전쟁, 쟁의, 분란 등 화제 이슈를 볼 때마다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상처가 나고 아픔이 있는 싸움을 하지 않고도 서로 상생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수천 년 전 병법서의 전략처럼 묘수가 분명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따라 “백성을 사랑하면 번거롭게 하라”는 글이 가슴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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