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보험 가입을"... 암환자들이 '보험' 꺼내든 사연은?

고가신약 쏟아지는데 건강보험 지속가능할까...환자들도 위기의식

기사승인 2020-06-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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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면역항암제 급여기준 확대안이 건강보험 재정 부담 문제로 좌초된 가운데 환자들이 느닷없이 '보험'을 꺼내들었다.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진입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데 대한 무력감을 드러낸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건강보험에만 의존하는 환자는 정부만 기다리다 지쳐간다"며 "정부가 감당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민간암보험에 가입하라고 하거나 공공암보험을 만들거나 건강보험료를 1% 올리는데 합의하거나 아니면 제약사와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건강보험에 기대를 걸었지만 막연히 기다릴 수만은 없다. 건강보험이 고가의 치료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며 “환자들이 계속 희망을 가져도 되는지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토로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지난 4월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심위)에서 비소폐포폐암, 신장암 등에 사용하는 면역항암제 옵디보(BMS·오노)와 키트루다(MSD)에 대한 급여기준 확대를 심의했지만 결국 건강보험 재정 부담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이날 암심위는 제약사에 재정분담 방안 마련을 주문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수년째 정부와 제약사의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걷자 환자들 사이에서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고가의 신약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미 의료현장에서는 고가의 항암제를 권하기 전 환자의 민간보험 여부부터 확인하는 분위기가 파다하다.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신장암에서 면역항암제는 뚜렷하게 생존 기간을 연장해주지만, 높은 금액 때문에 환자에게 개인 보험이 있는지, 한도는 얼마인지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국의 항암제 기금(Cancer Drug Fund, CDF)도 대안으로 나온다. CDF는 2011년 영국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건강보험 급여적용이 되지 않는 항암제를 별도 기금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제약사와 정부, 그리고 민간의료재단 등이 자금을 출자해 조성하는 방식이다. 기존 건강보험에 명확한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치료제가 등재되는 것과 달리 CDF에서는 비용효과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고가의 항암제 등을 관리한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건강보험 원칙에 맞으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불 가능한 범위는 건강보험에서 다루고 그 이상이라면 다른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영국의 항암제기금(CDF)도 방법 중 하나”라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에는 비용효과성 등이 입증된 치료제만 들어오는 것이 원칙이다. 건강보험만으로 고가 치료제들을 무한정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고가의 신약들 대부분이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것이 아닌 불확실한 약들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국민만 질 것이 아니라 국가와 제약사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치료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아직 건강보험 외에 다른 수단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면역항암제 급여화의 경우 재정규모가 큰 만큼 비용효과성이나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다. 현재 제약사들과 재정분담방안을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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