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증상에도 검사 대상 제외... 외부활동 문제없나

다양한 장소서 전파되고 감기 유행 시즌 아니기 때문에 주의 필요

기사승인 2020-06-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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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지난 주말 인근 주점에 방문했다가 고열과 몸살 증상이 나타나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했다. 며칠 후 해당 주점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주점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확진자 동선과 일부 겹칠 수 있다고 생각해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그러나 보건소 측은 검진 대상이 아니라며 귀가조치 했다. A씨는 “대상이 아니니 집에 가도 된다고 했다. 감기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지켜보자고 했고 자가격리 얘기는 없었다”며 “(코로나19가) 아니니까 가라고 한 것 같은데 외부활동을 해도 되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의심증상에도 검사 대상 제외... 외부활동 문제없나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의심증상자’의 활동 허용 범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서울, 경기, 인천 주민을 대상으로 아픈 사람은 집에서 쉬고 불요불급한 외출과 모임은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 접촉 및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선별진료소 진단검사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 경각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등교수업을 시작한 학교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자신을 보건교사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육부에서 만든 매뉴얼에는 37.5도 이상의 발열이 있는 학생은 선별진료소에 안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발열이 있는 학생이 발생해서 선별진료소에 연락하고, 학부모에게 연락하면 협조가 잘 안 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선별진료소에서는 37.5도 정도의 발열은 괜찮다, 다른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학부모 중에서는 선별진료소에 가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분도 있다”며 “더 지나치신 분은 ‘살다 보면 37.5도가 넘을 수도 있지. 코로나도 아닌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냐’고 화를 내신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건교사인 제가 판단하기에도 그 학생이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굉장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학교는 인구밀집도가 높고, 최근 무증상 감염자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현 방역지침 상으로는 의심 증상이 있어도 진단검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선별진료소는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 임상증상으로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 ▲해외 방문력이 있으며 귀국 후 14일 이내에 코로나19 임상증상이 나타난 자 ▲코로나19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으며, 14일 이내 코로나19 임상증상이 나타난 자를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한다. 주요 임상증상에는 발열, 기침, 호흡곤란, 오한, 근육통, 두통, 인후통, 후각·미각소실 및 폐렴 등이 포함된다. 지역사회 유행 양상을 고려해 확진자가 발생한 기관이나 장소 방문력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 검사 권고 대상으로 분류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지침에는 보건소 의사 소견에 따라 조사대상에 해당됐을 경우 검사 대상이 된다고 되어 있다. 무증상자라도 대상자라면 검진을 받을 수 있고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자비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며 “역학조사 결과 감염력이 낮다고 판단되면 검진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도권의 경우 인구밀집도가 높고 유동 인구가 많아 종교 소모임, PC방, 학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무증상 감염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확진자 접촉 및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방심하면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역학적 근거가 없더라도 임상적 증상이 있다면 검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같은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 상황에서는 선별진료소에서 의심증상자에 대한 검진을 해주는 것이 맞다. 특히 계절적으로 감기가 유행하는 시즌도 아니기 때문에 열이 나면 의심성이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침 상으로도 의사의 소견에 따라 코로나19 임상증상으로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는 검진 대상이 되기 때문에 선별진료소에서 검진을 해주어야 한다”며 “또 방역당국이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으로 ‘아프면 3~4일 지켜보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증상이 있으면 바로 가서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련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특정한 고위험 상황에 노출된 경우에는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위험도에 따라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당시의 상황들, 그리고 역학조사의 결과에 근거해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관된 지침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것이 코로나19의 특징이기도 하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1일 열린 브리핑에서 “기본적인 지침을 잘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부에서 내린 방역지침에는 증상이 있는 경우 등교하지 말고 집에 머무르도록 조치했다. 이런 부분이 현장에서 잘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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