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의 아침마당, ‘페이커’의 라디오스타

문대찬 / 기사승인 : 2020-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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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란의 황제’이자 ‘e스포츠의 선구자’라 불리는 임요환(39‧ 전 프로게이머)은 지난 2003년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게임중독이라는 주제를 다뤘던 당시 방송에서 진행자와 그 밖의 패널들은 임요환에게 무례한 질문을 퍼부어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사이버 머니 1억은 새 발의 피냐?”, “일정 위치에 오르면 그야말로 현실 속에서처럼 그런 위기감 같은 게 느껴지나”, “(프로게이머가) 조직 폭력배와 연결이 된다는 그런 말도 있다고 하더라” 등 e스포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 임요환에게 상처를 남겼다. 후일 임요환은 “방송 후 한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충격이 적잖았음을 전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났다. T1 리그 오브 레전드(롤) 게임단 소속 ‘페이커’ 이상혁(23)은 지난 1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모습을 드러냈다. 

홀로 수많은 질문들을 감당해야 했던 임요환과 달리 이상혁의 곁엔 조력자가 있었다. 각각 진행자와 패널로 출연한 ‘도티’ 나희선과 김희철은 방송 출연이 어색한 이상혁의 귀와 입이 돼 적응을 도왔다. 이상혁의 e스포츠계에서의 위치‧위상을 직접 나서 설명해주기도 했다. 

제작진의 배려도 느껴졌다. 롤을 연상시키는 그림, 그래픽 등을 방송에 삽입해 게이머들의 보는 재미를 늘렸다. 일부 e스포츠팬들은 이를 커뮤니티에 퍼 나르며 즐거워했다. 

이로써 이상혁의 두 번째 예능 나들이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는 2018년 11월 KBS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공중파 방송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 연봉 3억 원→ 30억원… e스포츠 시장 규모도 커져

바뀐 방송 풍경에서 볼 수 있듯 17년 사이 프로게이머를 향한 대우는 크게 변했다. 

임요환은 2002년 동양 오리온에게 프로게이머로는 최초로 1억 원의 연봉을 제의받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전성기엔 연봉 포함 연 3억 원이 넘는 수익을 벌었다. 하지만 현재 이상혁의 추정 연봉은 30억 원에 이른다. 부가 수입 등을 더하면 액수는 더 늘어난다.

과거 프로게임단, 변변찮은 스폰서조차 찾기 힘들었던 e스포츠 산업은 이제 세계적인 유망 산업으로 발전했다. 2018년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e스포츠 시장의 매출 규모는 9억600만 달러(한화 약 9821억 원)로 2017년(6억 5500만 달러, 한화 약 7407억 원) 대비 약 38.3% 증가했다. 2017년 국내 e스포츠 시장 매출은 973억 원으로, 2016년의 830억 원에 비해 4.2%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뉴주’는 2021년에는 e스포츠 시장 규모가 16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7886억 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불공정 계약 만연… ‘게임은 마약’ 시각도 여전

물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지난해 11월 불거진 ‘카나비 사태’는 e스포츠계의 민낯을 알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표준계약서 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환경에서 어린 프로게이머들은 불공정 계약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e스포츠 선수 육성 학원을 찾는 학부모가 생겼지만 한편에선 게임을 마약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만연하다.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모바일 셧다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낳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 장애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 열린 토론회에서는, 일부 패널이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 게임 중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