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 강가 풀숲 ‘반딧불이 대향연’

/ 기사승인 : 2020-06-12 0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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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밤 ‘반딧불이 대향연’

 

저녁 해 지자 반짝반짝’ 반딧불이 군무 환상적

강변 도로가에는 사진작가들로 줄이어

반딧불이 사진은 장 노출로 촬영해 수십 여장 붙여 완성

[쿠키뉴스] 충남 금산곽경근 대기자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를 해주렴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돌아와 홀로 도서관에서 씨름할 즈음 버스 정류장 앞 전파사 스피커를 통해 들려진 노랫말이다.

엄혹한 시기를 살아 낸 젊은이들이 밤마다 느낀 그 감정이 바로 녹아 있다. 보이시한 신형원의 목소리를 타고 톡톡 끊어지는 듯 한 운율에 외로운 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는 노랫말이 세태와 잘 어울렸다. 군사정권을 정면으로 다룬 운동권 가요가 아니어서 더욱 귀에 익은 것 일터이다.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의 반딧불이(천연기념물 제322)는 청정지역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환경지표 곤충으로 꽁무니에 있는 발광기로 반짝반짝 빛을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한자어를 배우며 옛날 조상들은 반딧불이를 잡아 어두운 밤에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6월이면 성충이 되어 주로 밤에 활동한다. 반딧불이는 물만 먹으며 열흘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그동안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짧은 일생을 마친다.

오래전 입가에 맴돌던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개똥벌레(반딧불이)를 찾아 나섰다. 충남 금산은 우리나라 중간쯤에 위치해 어디에서건 접근이 편리하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교통이 더욱 편리해졌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마달피 금강변 반딧불이 군락지를 찾았다. 이곳은 전국의 사진동호인들이 반딧불이 촬영의 최적지로 여기는 곳이다. 주변의 인가가 없고 강변을 따라 이어지던 편도 1차선 포장도로는 마달피수련원에서 멈춘다. 취재진이 찾은 4일은 평일이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40여 명의 사진동호인들이 해질 무렵 도로를 따라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10시가 넘어서자 반딧불이의 유영이 시작되었다. 살짝 구름 낀 날씨로 별들도 빛을 잃고 나무와 풀들도 달빛에 겨우 형체만 보이는 시점에 마침내 하나 둘 밝은 빛을 비추며 나타난 반딧불이는 어느덧 강가 습지의 풀밭 전체를 누비고 다닌다. 노란 섬광체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짝 반짝카메라 렌즈 앞을 유영한다. 수많은 사진동호인들의 셔터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진가들은 모두 마음의 눈으로 여름 밤, ‘반딧불이의 향연을 마음껏 즐기며 그들의 궤적을 쫓기에 분주하다.

대부분 반딧불이 사진 작품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처럼 적게는 2,3컷에서 많게는 50장에서 100여장 이상 합성해 만든다. 100마리의 반딧불이가 반짝거리며 숲속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사진 100장 붙여놓으면 마치 숲속에 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實像)이 아니다.

반딧불이 종류와 특징

국내 서식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이 있다. 수생인 애반딧불이는 논과 저수지 등 고인물 주변에 서식하며 유충 상태에서는 물속 돌 밑에 숨어 있다가 야간에 물달팽이나 다슬기를 먹고 성장한다. 성충이 되면 이슬을 먹고 산다. 늦반딧불이와 파파리반딧불이는 육생으로 산기슭과 논·밭둑 등에 서식한다. 반딧불이의 발광은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체내 효소작용으로 산화하면서 빛을 내게 되는데, 열을 동반하지 않아 '냉광'이라 부른다. 불빛은 구애의 신호로 수컷은 배의 5~6째 마디에서, 암컷은 5째 마디에서 빛을 내고 수컷이 암컷보다 두 배 가량 더 밝은 빛을 낸다.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는 6월 초부터 약 1달간 지속해서 볼 수 있다. 운문산반딧불이는 크기는 작지만 국내 반딧불이 3종 중 가장 밝을 빛을 낸다.

 반딧불이 촬영법과 유의점

반딧불이 사진은 대부분 30초 간격으로 촬영해 10여장에서 100여장 가까이 합성해 만든다. 렌즈는 가능한 표준 이상 망원렌즈를 사용하고 조리개는 개방해야 반딧불이 불빛이 크게 찍힌다. 반대로 넓은 지역에 많은 반딧불이 궤적을 핀트도 정확히 맞추어 촬영하고 싶어서 광각렌즈를 사용하고 조리개 심도도 깊게 촬영하면 반딧불이 불빛이 아주 가늘게 점처럼 촬영되어 결과물이 좋지 않다

삼각대와 릴리즈, 검은 천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반딧불이 촬영장소는 많은 사진가들이 몰려서 서로 조심해도 이따금 보이는 불빛 때문에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검은 천을 준비해 자동차나 랜턴 불빛이 비치면 재빠르게 준비한 검은 천으로 렌즈를 가려야한다. 별 궤적 촬영과 달리 중간에 밝게 찍힌 컷은 사진 합성 시 삭제하면 됨으로 혹 옆 사람이 실수로 불을 밝혔다고 해도 굳이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다.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