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또 좌절' 원격 화상투약기 향방은

복지부·약사회 이견 여전

기사승인 2020-07-03 05:30:01
- + 인쇄
상용화 '또 좌절' 원격 화상투약기 향방은
사진=서울 마포구 소재 약국/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원격 화상투약기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약사단체가 평행선을 걷고 있다.

원격 화상투약기는 약국이 운영되지 않을 때도 환자가 약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기계다. 스크린이 부착된 자판기 형태로, 환자와 약사가 화상 상담을 진행한 뒤 약사가 원격으로 기계를 조정해 환자에게 약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화상투약기는 지난 2013년 개발됐지만, 아직까지 약국가에 도입되지 않았다. 약사법상 화상 투약기를 통한 의약품 판매는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약사법 제50조제1항에 따르면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본인의 약국이나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화상투약기를 약국 내부에 설치하더라도, 약사가 약국 밖에서 원격으로 기기를 조작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

지난 2016년 복지부는 화상투약기를 도입하기 위해 약사법을 손보려고 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발의했던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당시 여당과 야당은 모두 화상투약기의 안전성·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화두에 오르자 화상투약기의 상용화에도 다시 시동이 걸렸다. 복지부가 비대면 의료와 화상투약기의 상용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화상투약기의 안전성과 특례규정에 대해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같은달 15일에도 간담회를 통해 “기술 진보에 따라 비대면 의료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신속하게 약을 처방받거나 화상으로 간단한 진료를 받는 정도의 비대면 의료는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 안건에도 화상투약기가 오를 예정이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성과 잠재력을 가진 상품·서비스에 실증특례를 적용, 규제를 유예·면제해주는 제도다. 화상투약기가 심의를 통해 실증특례를 적용받는다면, 약사법상 규제를 피해 약국가에 도입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진행된 심의에서 화상투약기는 빠졌다.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심의 대기 중인 안건 가운데 화상투약기 상정 순위를 뒤로 미룬 것이다.

안정성·효용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는 약국가의 반발도 이어졌다. 대한약사회는 공공심야약국이 운영되고 있어, 의약품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상투약기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화상투약기 업체가 약국 업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보건의료 영리화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7년간 논란 거리로 남아온 화상투약기는 상용화될 수 있을까. 복지부는 ‘시도해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기본적인 약국 제도와 약국·약사의 역할 유지하면서 보완재로써 화상투약기의 효과를 확인해보자는 것”이라며 “공공심야약국이 의약품 접근성을 유지해 왔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화상투약기도 결국 약국의 참여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양해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약사회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약사회는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앞으로도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현재 실증특례안은 개설약사뿐 아니라 근무약사에게도 화상상담 자격을 주고, 기계 관리는 기계를 공급한 업체에서 한다”며 “의약품 판매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의약품 접근성을 보완하자고 대면원칙·1약사 1약국·허가 공간 내 서비스 등 약사법의 핵심조항을 모두 흔드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