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어둠 속에 빛났던 세 편의 비디오

이준범 / 기사승인 : 2020-07-06 0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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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어둠 속에 빛났던 세 편의 비디오

사진=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1980년 5월21일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전남도창 앞에서의 네 시간. 40년 전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순간이 있다. 총탄에 맞아 쓰러진 시민을 찍은 사진 한 장 빼고는 네 시간 동안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는 것.

다큐멘터리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의 이조훈 감독은 여전히 은폐되고 왜곡되어 있는 당시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현재와 40년 전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세 편의 ‘비디오’다.‘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한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 등에 보도된 내용으로 시작한다.

당시 한국과 일본에 주재하던 언론사 특파원들이 광주에서 직접 촬영하고 취재해 보도된 것을 본 뉴욕 한인들은 충격에 빠져 직접 ‘광주비디오’를 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미국 언론사 등 각지에서 영상을 받아 직접 스튜디오를 빌리고 성우를 구해 만들어진 ‘오 광주!’ 비디오는 미국 교민 사회에서 복사본으로 퍼지다가 결국 한국까지 넘어오게 된다.

영화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7편의 ‘광주비디오’ 중 세 편의 비디오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현재로 소환해낸다. 비디오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디오 속의 영상, 비디오를 본 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외부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이 어떻게 알려지고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추적한다. “광주를 제대로 알려보자”고 마음먹었던 한인회의 목소리와 “사망한 시민은 한명도 없다”는 군의 목소리, “광주비디오를 보고 인생이 바뀐 사람이 너무 많다”는 시민의 목소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사진=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재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진행형인 사건으로 살려낸다. 제작진이 모은 수많은 자료와 당시 현장에 있었던 언론인들의 인터뷰에서도 5월21일 벌어진 4시간 동안의 집단 발포 당시 사진과 영상은 여전히 찾을 수 없다. 여러 차례의 진상조사를 벌였고 군에 요청해 봤지만 그 시간대의 자료는 한 장의 사진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정말 없을까’ 하는 의문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광주비디오’를 상영하고 복사해 전국으로 몰래 배포하던 천주교 청년회의 이야기는 영화의 백미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지 않았어도, 광주 출신이 아니어도 그들은 국가의 감시를 받으며 그들은 꿋꿋이 상영회를 열었다. 광주의 사진을 보고 “왜 이렇게 슬플까” 생각했다는 회고와, “수많은 사람들이 다 광주 사람은 아니었다”는 증언은 비디오와 사진의 기록이 국민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 나아가 6·10 민주항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케 한다.

1987년 5월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문재인 변호사가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광주비디오 상영회를 열었던 이야기도 눈에 띈다.오는 16일 개봉. 12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