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우리가 지나는 ‘블루아워’

기사승인 2020-07-21 08: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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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우리가 지나는 ‘블루아워’
▲영화 ‘블루아워’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하루의 시작인지 끝인지 모를 정적의 시간. 어릴 적엔 푸르스름한 공기과 고요를 만끽하며 힘이 닿는 대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다르다. 시작도 끝도 아닌 경계에 서서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 한다. 예상에 없던 여행을 떠난다면 그 여정에서 방향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여행엔 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친구도 함께한다.

영화 ‘블루아워’(감독 하코타 유코)는 CF 감독 스나다(카호)가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고향으로 자유로운 성격의 친구 기요우라(심은경)와 여행을 떠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CF 감독 스나다는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이해심 많은 남편과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반복되는 일상에 완벽히 지쳐 있다. 스나다는 어머니에게 ‘고향집에 내려오라’는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기요우라의 부추김으로 엉겁결에 고향에 함께 내려간다.

스나다는 자신이 안고 있는 스트레스의 근원이자 상처의 원흉인 고향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기요우라와 고향집에 하루 묵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랜만에 변하지 않은 듯 변한 가족들과 자신의 과거, 어린 시절을 마주한다.

‘블루아워’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는 것에는 배우 심은경의 몫이 크다. 지난 3월 영화 ‘신문기자’(감독 후지이 미치히토)로 한국 배우 최초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이 영화로 배우 카호와 함께 제34회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공동수상했다.

이 영화에서 심은경과 카호는 공동수상에 어울리는 연기 호흡을 선보인다. 카호는 일상에 지친 상태로 고향에 돌아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는 스나다 역을 매우 섬세한 연기로 풀어냈다. 그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한 심은경은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기요우라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소박한 고향의 정취를 담아낸 화면도 볼거리다. 푸른 여름 풍경이 스크린에 감각적으로 펼쳐진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영화적 감각이 살아 있는 화면은 ‘블루아워’의 큰 장점이다. CF 감독 출신 하코타 유코 감독과 영화 ‘어떤 가족’으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촬영상을 거머쥔 콘도 류토 촬영감독이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다.

두 배우의 호연과 싱그러운 화면을 통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벼운 동시에 무겁다. 성인이지만 꿈꾸던 어른의 상과는 거리가 먼 어른의 성장통이자, 성장기이다. 과거의 ‘블루아워’에 안녕을 고하고 현재의 ‘블루아워’를 마주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선 따뜻한 여운이 느껴진다. 다만 잔잔한 묘사와 에피소드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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