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특기는 기절초풍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기사승인 2020-07-22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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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특기는 기절초풍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포스터 / 사진=찬란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 =어떤 연극은 시작이 더 어렵다.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끝을 맺기 마련인데,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무대 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감독 우에다 신이치로)는 떠밀려 거대한 연극에 휩쓸리게 된 배우가 최선을 다해 작품을 끝맺는 이야기다.

배우를 꿈꾸는 오노 카즈토(오오사와 카즈토)는 극도로 긴장하면 기절해 버리는 증상 때문에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진다. 소심하지만 불의를 보고 넘기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직장에서도 해고 위기에 처한 그는 오랜만에 만난 동생 오노 히로키(코노 히로키)의 스페셜액터스에서 일하게 된다. 스페셜액터스는 표면상 배우를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 파견하는 에이전시지만, 알고 보면 각종 스페셜한 의뢰를 받아 스페셜하게 해결해주는 고민해결사무소다. 스페셜액터스에 속한 특별한 배우들은 직접 짠 각본과 연기로 의뢰인들의 고민을 해결한다.

업무 중 기절할까 봐 주저하던 카즈토는 차츰 일의 강도(?)를 높여가며 스페셜액터스 생활에 적응한다. 그러던 중 스페셜액터스는 사이비 종교 단체 무스비루에 빠진 언니 츠나와 리나(츠가미 리나) 구해달라는 동생 츠가와 유미(오가와 미유)의 의뢰를 받고 창사 이래 가장 큰 스케일의 작전에 나선다. 카즈토와 히로키는 스페셜액터스 소속 배우인 시미즈 야에코(키요세 야에코)와 무스비루에 잠입해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로 일본 영화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던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특기와 장점을 발휘했다. 엉뚱하지만 기발한 설정 위에 놓인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길을 아슬아슬하게 달려나간다. 숨을 몰아쉬며 어떻게든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나가는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 허술한 듯 보이지만 의외로 촘촘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이 영화와 영화 안 연극의 닮은 점이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연기로 모든 일을 해결한다는 소재를 활용해 영화 안에서 일상과 연기, 삶과 극을 뒤섞는다. 이러한 경계 허물기가 영화와 영화 밖에서도 이뤄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영화는 미리 정해진 각본에 따라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배우들을 먼저 선발한 후 이들의 개성을 살려 캐릭터와 이야기를 창작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에 등장한 15인의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팀 전체가 각본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영화에서 긴장하는 것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주인공 가즈토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배우 오오사와 가즈토는 10년 동안 연기 경험이 세 번밖에 되지 않은 연기자다. 다른 출연자들도 대부분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이다.

가벼운 웃음과 함께 보다 보면 무겁지 않은 여운이 남는다. 인생을 극이나 연기에 비유한 창작물은 많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색달라 차별성을 갖는다. 유쾌한 시선과 독특한 호흡이 빛난다. 전체적으로 참신함이 돋보이는 영화다. 다만 여성 신체에 관한 농담만큼은 대부분의 일본 코미디 영화들과 다르지 않다.

다음달 6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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