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한타'의 젠지 vs '운영'의 DRX… 짜릿함 가득했던 '전율의 106분'

강한결 / 기사승인 : 2020-07-27 0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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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1세트 36분, 2세트 32분, 3세트 38분. 풀세트로 꽉 채운 DRX와 젠지 e스포츠의 경기는 서머 스플릿 최고의 명경기였다. 도합 106분 동안 두 팀은 끊임없이 치고 받으며 '장군멍군'을 반복했다. 

DRX는 25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0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젠지 e스포츠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1으로 승리했다. 혈전 끝에 웃은 것은 DRX였지만, 경기를 본 팬들은 승패를 떠나 양 팀에게 모두 박수를 보냈다. 

양측의 팀 컬러는 매우 확실했다. DRX는 사이드 운영에 특화된 조합을 구성하며 맵을 넓게 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젠지는 강력한 군중제어기(CC)를 보유한 챔피언을 뽑아 한타 파괴력을 높였다. 특히 젠지는 3세트 연속으로 '애쉬'를 픽하며 조합에 맛을 한층 더 강화했다. 이같은 조합을 쉽게 짤 수 있던 이유에는 '룰러' 박재혁이 최근 물오른 애쉬 숙련도를 뽐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세트 DRX는 '볼리베어'의 강점을 살려 탑 라인에 힘을 실었다. '표식' 홍창현의 볼리베어와 '쵸비' 정지훈의 '갈리오'가 탑 로밍을 통해 '라스칼' 김광희의 '오른'을 잡아냈다. 사이드 운영의 핵심이 되는 '도란' 최현준의 '카밀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후 젠지의 미드-정글이 손잡고 카밀을 노렸지만, 갈리오가 '영웅출현'으로 커버하며 1대 1 교환을 만들어냈다. 

초반 DRX의 설계에 흔들렸지만, 한타 파괴력이 높은 젠지의 챔피언들이 어느정도 성장한 10분 중반 무렵부터 상황은 조금씩 바뀌었다. 18분 드래곤 둥지 앞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13레벨을 찍은 오른이 DRX의 공격을 모두 버텨내며 오랫동안 생존했다. 반면 '라이프' 김정민의 레오나가 '흑점 폭발'로 '데프트' 김혁규의 '이즈리얼', '케리아' 류민석의 바드, 정지훈의 갈리오를 묶었을 때 카밀이 일점사 당하면서 빠르게 제압당했다. 갈리오의 궁극기도 다소 허무하게 빠졌다. 상대적으로 애쉬는 프리딜 구도가 나왔지만, 이즈리얼이 딜하기는 어려웠다.

한타를 뒤집는 '갈리오'의 4인도발. 사진=LCK 서머 중계화면 캡처


이후 교전은 지속해서 발생했다. 카밀을 키운 DRX는 백도어 전략을 선택했다. 오른이 카밀의 공성을 잘 막고 있는 상황에서 젠지가 4대 4 한타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지훈의 갈리오가 4인도발 '슈퍼플레이'로 상황을 완전히 뒤집었다. 결국 DRX가 젠지를 꺾고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젠지는 하드CC를 보유한 챔피언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사이드 운영에도 강점이 있는 챔피언을 뽑았다. 김광희가 카밀을, '비디디' 곽보성이 '트위스티드 페이트(트페)'를 뽑으며 사이드 교전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픽이었다. 또한 정글 '세주아니', 서포터 '브라움을 뽑으며 여전히 강력한 한타조합을 구성했다. 반면 DRX는 탑 '카르마', 정글 '에코', 미드 '세트', 원딜 '자야', 서포터 '그라가스'를 뽑아 자야-에코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1세트와 마찬가지로 초반 주도권은 DRX가 가져갔다. 그라가스와 에코가 함께 손잡고 트페를 잡아낸 뒤 곧바로 4인 바텀 다이브를 통해 브라운을 잡아냈다. 젠지의 반격은 탑 라인에서 시작됐다. 박재혁의 애쉬와 '클리드' 김태민의 세주아니가 탑 로밍을 통해 카르마를 잡아냈다. 이어 연달아 탑에서 승전보를 올리며 애쉬와 카밀이 성장해나갔다. 

'클리드' 김태민의 드래곤 스틸. 사진=LCK 서머 중계화면 캡처


하지만 2세트의 진정한 히어로는 따로 있었다. 김태민은 14분과 20분 연달아 드래곤 스틸에 성공했다. 드래곤 스택을 쌓아가며 젠지의 사이드 운영을 막으려는 DRX의 플랜을 망가뜨린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후 젠지는 세 번째 드래곤까지 무난히 챙겼고, DRX는 28분 내셔 남작 사냥을 시도했다. 카밀은 미드 1차 포탑을 깨고 있었고, 젠지는 내셔 남작을 넘겨 준 이후 한타를 바라봤다. 이 싸움에서 DRX는 바론버프를 획득했지만, 핵심 플레이어였던 에코, 세트, 자야를 내줘야 했다. 드래곤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젠지는 사이드 주도권을 이용해 3차 타워를 철거했고, 트페와 카밀이 결국 백도어로 넥서스를 파괴했다.

운명의 3세트 젠지는 미드 '아지르'를 제외하면 전 세트와 동일한 조합을 들고왔다. DRX는 '케넨', '리신', 트페, 자야, '라칸' 조합을 선택했다. 양측 모두 밸런스 잡힌 밴픽이었다. 초반 젠지의 파상공세는 매서웠다. 초반 류민석의 라칸이 실수에 가까운 플레이로 끊긴 후 젠지 바텀이 주도권을 갖게 됐고, 이를 통해 드래곤 3스택을 챙기겼다. 

하지만 DRX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플레이를 보이며 위기를 극복했다. 젠지는 상대가 드래곤 영혼에 압박을 느낄 것이라 생각해 내셔 남작 쪽으로 계속 뭉쳤다. DRX는 효율적인 인원배분을 통해 드래곤 스택을 하나하나 챙겨갔다. 28분 젠지는 트페를 노리며 하드CC를 쏟아냈지만, 정지훈은 정교한 움직임으로 스킬을 흘렸다. 젠지 챔피언들의 궁극기가 빠진 것을 확인한 DRX는 바론 둥지 앞 한타를 피하지 않았다. 류민석의 라칸이 아지르의 '황제의 진영'을 '매혹의 질주'로 무력화시킨 후 최현준의 케넨이 '번개질주'로 전장 한가운데 진입해 '날카로운 소용돌이' 대박을 냈다. DRX는 한타 대승의 전리품으로 바론 버프를 얻었다. 드래곤 스택도 어느새 3개로 젠지와 동수를 이뤘다. 

경기를 끝내는 '케넨'의 '날카로운 소용돌이'. 사진=LCK 서머 중계화면 캡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최현준의 케넨은 결국 최종 전투에서도 맹활약했다. 37분 한타에서 트페가 궁극기를 쓰면서 DRX는 젠지를 싸먹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젠지도 이를 잘 받아치면서 양측은 미드라이너를 서로 교환했다. 카밀의 수호천사가 남아있고 세주아니가 건재했기에 젠지가 후속 전투에서 유리해보였지만, 케넨이 또 한번 궁극기 대박을 내면서 DRX는 세 명의 챔피언을 잡아냈다. 세주아니가 어떻게든 공성을 막으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에이스를 띄운 DRX는 결국 넥서스를 파괴하며 갚진 승리를 따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연속 롤드컵(LoL 월드챔피언십) 결승 무대를 밟았던 LCK는 2018년부터 2년 연속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LCK는 이제 경쟁력이 떨어진 '4부리그'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서머 스플릿부터 담원 게이밍, 젠지, DRX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자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혈투 끝에 패한 젠지는 아쉽겠지만, 두 팀의 경기는 자존심 상한 LCK팬들에게 선물 같은 경기였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