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정치권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발언이 또다시 나왔다.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의 잠실 아파트 ‘매도 호가’ 논란에 청와대가 “남자들은 잘 모른다”고 해명한 것. 청와대는 김 수석이 직접 가격을 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지만, ‘여자는 집안일 남자는 바깥일’이라는 구시대적 사고가 바탕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국토부, 여자로 싹 바꿔라”
청와대의 해명이 나오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의 발언이 ‘성차별적’이라는 것. 이외에도 “그럼 투기꾼은 전부 여자인가”, “청와대는 걸핏하면 아내 탓”, “‘남자는 밖에서 큰일 하느라’와 같은 조선시대 사고방식 자랑하냐” 등의 글도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참 비겁하다. 청와대에 불리하면 아내 핑계 대라는 대응 매뉴얼이라도 있는 건가”라며 “조국 전 민정수석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모펀드 투자가 문제가 되자 재산관리는 아내가 전담해 자신은 몰랐다고 했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흑석동 건물 매입 논란이 일자 아내의 결정이라고 책임을 돌렸다”고 꼬집었다.
“남자는 엄마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남자’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달 1일 강연에서 한국의 산후조리시스템이 새로운 한류로 도약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순간이다. 남자들은 그런걸 경험하지 못해 나이가 먹어도 철이 안든다”고 말한 것이다.
이같은 이 의원의 발언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출생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모두 전가하고 아빠의 역할, 책임, 경험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출산하지 않으면 철이 없는 것인가. 비혼이나 난임 부부에 대해 공감도 배려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의원은 사과문을 올리고 “모성의 소중함에 대해 말씀드리고 감사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를 비롯해 세상의 여성이 겪는 고통과 희생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며 “시대의 변화와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겠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연약한 여인들이 아닌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약한 여성’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정 충남지사 등 잇단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 피해자들을 이같이 지칭한 것. 더구나 해당 발언은 ‘위력에 의한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 나와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의당은 김 위원장이 위계에 의한 성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렸다고 비판했다. 조혜민 대변인은 “위력을 사용하기에 피해자가 나타나는 것이지 연약하나 여인이기에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성비위에 맞서 열심히 하겠다고 간담회를 마련했으면 적어도 위력이 무엇인지는 인지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통합당 성폭력 대책특위에 외부 전문가로 합류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발언이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보다 적절히 젠더 감수성을 갖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다만 “그런 언급도 하면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좋을 일이지만 좀더 민감성을 갖고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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