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조직의 금기를 깬 ‘에이바’의 총구가 향하는 곳

기사승인 2020-09-09 0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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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조직의 금기를 깬 ‘에이바’의 총구가 향하는 곳
▲ 영화 '에이바'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8년째 전 세계를 누비며 전문 킬러로 활동하고 있는 에이바(제시카 차스테인)에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그는 타깃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자신을 만나게 됐는지 묻는다. 매번 억울하다고 항변할 뿐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은 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에이바는 다시 묻고 또 묻는다.

영화 ‘에이바’(감독 테이트 테일러)는 최고의 킬러로 성장한 에이바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조직은 금기를 깨뜨렸다는 이유로 그녀를 위협하고, 가족들은 8년간 말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그녀를 멀리한다. 에이바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묵묵히 마주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에이바’의 겉모습은 범죄 액션 영화지만, 실상은 에이바 개인을 둘러싼 드라마에 가깝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건은 그에게 주어진 살인청부업이 아닌 개인적인 삶에서 벌어진다. 상사에게 지시를 받아 실행하는 일을 전담하는 에이바가 궁금한 건 그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다. 그와 함께 자신의 삶에 가족과 연인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구한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노선에서 벗어나는 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싸움은 외롭고 힘겹다. 하지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에이바는 결코 달콤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쿡리뷰] 조직의 금기를 깬 ‘에이바’의 총구가 향하는 곳
▲ 영화 '에이바' 스틸컷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이 거의 없는데도 끊임없이 액션 장면이 등장한다. 뛰어난 격투 능력과 총격 기술을 가진 에이바가 그의 앞길을 막는 상대를 모두 격파한다. 주인공이 이길 걸 알면서도 긴장감을 느끼는 건 액션 장면에 등장하는 음악과 미쟝센 덕분이다. 액션의 디자인이나 촬영 방식 등 여러모로 영화 ‘존 윅’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특수부대식의 간결한 격투술이 현실적인 느낌을 더한다. 젊은 여성 킬러에 대한 편견이 단단할수록 더 큰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미스 슬로운’, ‘몰리스 게임’에서 증명했던 단독 주연의 존재감을 재연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액션은 다소 아쉬운 면이 있지만, 이번에도 완벽하게 에이바로 변신하며 새 필모그래피를 멋지게 쌓았다. 그 외에 존 말코비치, 콜린 파렐, 지나 데이비스 등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들을 한 작품 안에서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9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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