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추석연휴, 다중이용시설 피해 찾은 바닷가 캠핑장은 해양쓰레기 가득

기사승인 2020-10-05 13:49:30
- + 인쇄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 역대급 폭우와 폭풍에 역대급 쓰레기 발생
- 동해안 전역 해변 쓰레기 몸살, 양양 해변 특히 심해
- 줄지어선 나무쓰레기, 왜구 침입 막기 위한 목책처럼 보여
- 지자체, 인력과 장비 예산 부족으로 수거 어려움
- 해양 쓰레기와 함께 사구 침식도 곳곳 눈에 띄어
-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가장 큰 재앙 될 것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양양 남대천과 인접한 낙산해변은 지난 여름 폭우로 하천에서 떠내려온 생활쓰레기를 비롯 산사태로 무너져 바다로 흘러온 나무들이 폭풍으로 인해 해안으로 다시 밀려들었다. 양양군은 공무원과 주민, 군부대, 자원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폐어망, 플라스틱, 스치로폼 등 생활쓰레기는 모두 수거하고 물에 젖은 나무들은 말린 후 수거하기위해 해변에 길게 늘어 놓았다.

[쿠키뉴스] 강원도 양양· 곽경근 대기자 = 한가위 연휴 기간인 지난 2일, 서울 양양고속도로는 한가위 차례를 마치고 나들이에 나선 차량들로 가다서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정부의 ‘코로나 19’ 확산방지를 위해 이동자제 당부 덕분인지 예년 명절기간에 비해 소통은 원활한 편이었다. 강원도 인제를 지나 양양IC를 빠져나오자 파란하늘에 에머랄빛 바다가 멀리 보인다. 마치 한반도에 큰 피해를 입혔던 지난여름 폭우와 태풍을 보상이라도 하듯 초가을 들어서는 계속해서 맑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목적지인 양양군에 위치한 낙산 해변은 3시간 반 정도 걸려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부지런히 카메라 장비를 챙겨 은빛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파란 바다와 가을 하늘을 담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눈앞에는 의외의 풍경이 펼쳐졌다. 모래사장 저 멀리 바다와 경계 부분에 나무목책처럼 길게 해양쓰레기 둔덕이 이어져 있었다. 눈을 돌려보니 여기저기 무더기로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해안으로 밀려와 쌓아놓은 나무무더기가 마치 왜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만든 목책처럼 보인다.해양쓰레기는 바닷물을 머금고 있어 그대로 묻거나 태울 수가 없어 염분제거 및 분류작업 등이 필요하다. 일반 쓰레기에 비해 처리 비용도 많이 들고 절차도 까다롭다.

지난여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양양 남대천과 쌍천,물치천 등 하천에서 떠내려 온 아람드리 통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 쓰레기들이 연이어 지나간 2개의 태풍으로 해안으로 밀려들어온 결과이다. 함께 밀려들어왔던 폐어구와 가전제품, 부서진 스티로폼, 페트병 등으로 양양일대 해안은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 양양군 공무원과 주민, 군부대,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해변을 뒤덮은 쓰레기들을 물에 젖은 나무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 수거한 상태이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3일 오전, 추석 연휴를 맞아 양양군 정암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어린이들이 흙놀이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인근 정암해변을 비롯해 설악해변, 물치해변도 비슷했다.
낙산해변에서 30년 가까이 횟집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지금까지 동해안에 가장 큰 피해를 줬던 2002년의 태풍 ‘루사’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이렇게 많은 양의 쓰레기가 양양 전역 해변에 밀려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2일 낙산해변의 저녁 풍경, 여행객들이 해변 곳곳에서 폭죽을 쏘아 올리고 있다.

어둠이 내려앉자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고 조명에 비친 쓰레기 덩어리들은 더욱 흉물스러워 보였다. 모처럼 가을 바다를 찾은 젊은이들은 이와는 상관없다는 듯 쓰레기 더미 사이로 폭죽을 쏘아 올리며 환호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소재 폭죽 탄피는 수거하기도 어렵고, 바다로 쓸려 들어가 결국은 해양 쓰레기가 되고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돌아온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난민촌을 연상케하는 양양군 정암해변/ 양양군은 태풍 마이삭·하이선으로 이재민 166세대 313명이 발생했고 도로 63곳, 하천 48곳, 수리시설 36곳, 상수도 6곳, 임도 29곳, 산사태 33곳, 해양쓰레기 5,000톤, 주택 166동과 농경지 99.02ha, 농작물 239.35ha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른 피해액은 195억1,400만원, 복구비는 416억5,3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다음 날 아침 찾은 낙산해변 인근의 정암해변은 연휴를 맞아 바닷가에서 캠핑을 즐기려는 가족과 연인들이 설치한 다양한 형태의 텐트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 역시 치우지 못한 해양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난민촌을 옮겨 놓은 듯하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정암해안을 따라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나 흙장난 하는 어린이들, 그늘막 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연인, 파도를 가르며 질주하는 모터보트 배경에는 모두 쓰레기 더미가 함께하고 있었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정암해변의 모래언덕이 폭풍해일로 무너져 내렸다. 몽돌도 많이 유실되었다.

더욱 몽돌해변으로도 유명한 정암 해안가에는 폭풍과 해일로 모래가 깊게 패여 나가 해안사구가 무너져 내리면서 백사장이 유실된 곳도 여러 곳 보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의 피해가 생각 외로 심각하게 느껴졌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정암해변에서 만난 나진수(43) 씨는 “이번에는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조용히 쉬었다 갈 계획이었다”며 “이렇게 쓰레기 더미 옆에서 휴가를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위험해 오후에는 텐트를 접고 예약한 숙소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2일, 강원 양양 낙산해변 곳곳에 지난 달 초 연이어 지나간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다. 양양군은 태풍 이후 해변에 널린 쓰레기를 곳곳에 모아 놓았다. 군 관계자는 정부예산이 지원대는 대로 11월 내에 모든 해안 쓰레기를 수거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양군에 따르면 “지난여름 연이어 지나간 2개의 태풍에 해변으로 밀려 나온 해양쓰레기가 5천여t에 달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과 피해지역이 워낙 넓어 장비의 집중 투입도 솔직히 어려운 실정”이라며 “하지만 청정 양양의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예산이 지원대는대로 11월까지는 쓰레기를 모두 수거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양군은 쓰레기 처리에 12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15일 강원 삼척시·양양군 등 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으로 피해를 본 5개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푸른아시아 김종우 캠페인 실장은 “올해 장마는 무려 54일간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올해가 1.7배 비가 많이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장마뿐만 아니라 폭염, 태풍, 가뭄 등 한반도에 미치는 이상기후 현상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다”면서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상기후는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데 힘을 모아야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 NGO 환경단체인 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는 “지난 5월22일 기상청은 여름철 폭염을 예보했다. 그런데 여름 내내 폭우와 긴 장마가 이어졌다. 단 한달동안 강력한 4차례 태풍도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같은 폭풍과 폭우의 원인은 기후변화”라며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고 해수온도가 올라가면서 폭풍해일(storm surge)이 발생한다. 해수온도 0.5도씨 상승 때 태풍의 강도는 2배, 발생빈도 역시 2배로 올라간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 중이어서 향후 지금까지 발생한 태풍보다 몇 배 강한 슈퍼태풍이 우리나라로 올라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가봤더니] 산더미 쓰레기로 난민촌 같은 해안 캠핑장

또한 오 상임이사는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다. 인류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자연 재해를 만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등 근본적 해결방안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kkwak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