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배우 이미도를 위해 인간 이미도를 바로 세우려 한다”

기사승인 2020-10-07 08: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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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배우 이미도를 위해 인간 이미도를 바로 세우려 한다”
▲ 배우 이미도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배우 이미도가 신정원 감독을 처음 만난 건 2012년 개봉한 영화 ‘점쟁이들’에서였다. 당시 이미도는 귀신 들린 고교생 준경을 연기했다. 웬만큼 센 캐릭터엔 도가 텄다 싶었던 그에게도 준경은 부담스러운 인물이었단다. 이미도는 어머니를 붙잡고 ‘하다 하다 이제 귀신 들린 역할까지 해야 하냐’며 눈물 지었다. 그때 어머니가 해준 말이 그를 잡아줬다. “감독님이 너를 원한 이유가 있지 않겠니?” 최근 서울 삼청로2길의 한 카페에서 이미도가 들려준 얘기다.

이미도와 신 감독이 재회한 건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을 통해서다. 이미도는 소희(이정현)·세라(서영희)와 함께 죽지 않는 외계인 만길(김성오)에게 맞서는 양선을 연기했다. 처음엔 “내 몸 뒤로 친구들을 숨겨줄 수 있을 것 같아” 세라 역을 탐냈지만, ‘미도씨가 양선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신 감독 말에 설득됐다.

인생에 어려움이라곤 모르는 소희나 강인한 세라와 달리 양선은 결핍이 많은 인물이다. 열등감에 허풍을 떨었다가 친구들에게 비웃음당하고, 배우를 꿈꾸지만 입에 붙은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감독에게 혼이 나곤 한다. 이미도는 “양선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라면서 “안쓰러우면서도 공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봤다. 양선이 무명 배우라는 설정은 이미도의 경험에서 나왔다. 이미도의 무명 시절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은 신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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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보도 사진
자신을 닮은 양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미도는 “조금 슬프다. 과거의 나한테 얘기하는 거 같아서”라며 웃었다. “용기 잃지 말고…. 양선이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착각이었을까. 이미도의 눈시울이 붉어진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선처럼 이미도 역시 긴 무명 시절을 보냈다.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감독 변영주)를 시작으로 10편 넘는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처음엔 ‘날라리 친구2’로 시작해 ‘날라리 친구1’, ‘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날라리 학생’으로 신분(?)이 올라갔다. 영화 ‘부당거래’(감독 류승완)의 발달장애인, ‘마더’(감독 봉준호)의 고교생 흉터도 그 무렵 만난 캐릭터다.

“굉장히 열심히 했었죠. 오디션 하나 잡히면 3박4일 집에만 틀어박혀 캐릭터를 고민하고 연구했어요. 종업원이나 ‘깻잎 3’ 같은 단역을 할 때도 나름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탐구했고요. 그렇게 한 칸씩 긴 계단을 올라온 게 제가 또다시 뭔가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들의 응원도요. 오랜 시간 단역을 하면서도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부모님이 원동력이 됐어요.”

이런 일화도 있다. 이미도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기 전 상견례 자리에서의 일이다. 시아버지가 ‘아들이 연예인과 결혼하겠다고 해서 놀랐다’고 하자, 이미도의 아버지는 “얘(이미도)는 연예인이 아니라 김혜자 선생님처럼 국민 배우가 될 앱니다”라고 답했단다. 이미도는 아버지의 말이 가슴에 탁 박혔다고 했다.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목표가 그때 생겼어요.” 연기만 잘해서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다. 이미도는 “생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중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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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이미도의 SNS 사진
요즘엔 SNS를 운영하는 재미에 빠졌다. ‘엄마의 개인 생활’이라는 시리즈로 올린 사진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부터다. 이미도는 “일상 사진을 올리는 것뿐인데 ‘보면서 힘이 된다’는 말을 들으면 나 또한 많은 힘을 얻게 된다”고 했다. 결혼 5년 차, 세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일과 가정을 모두 잘 지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가정에 헌신하기 위해 일을 줄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몸 쓰는 걸 워낙 좋아한다”는 이미도는 “액션 영화든, 운동하는 영화든, 춤을 추는 영화든, 내 열정을 불태우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연기할 땐 인물의 진실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요. 모든 장면에서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하고요. 결혼 전까진 그저 열심히만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제 배우 인생의 첫 번째 챕터였죠. 이젠 두 번째 챕터가 시작했네요. 지금의 화두는 ‘배우 이미도의 삶과 인간 이미도의 삶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에요. 연기를 오래 하기 위해선 우선 인간 이미도로 잘살아야겠다, 내 삶을 문제 없이 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해요.”

wild37@kukinews.com / 사진제공=TCO(주)콘텐츠온, 이미도 SNS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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