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무료접종 해야하나... 이물질 검출 등 불안 커져

중단 지시에도 3000여명 접종…“조달·유통·의료기관 관리 강화하겠다”

기사승인 2020-10-14 0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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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무료접종 해야하나... 이물질 검출 등 불안 커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정부의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다. 무료 백신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큰 만큼, 정부는 백신 조달·보관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13일부터 만 13∼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감 무료예방접종 사업이 재개됐다. 당초 만 13∼18세와 임신부 대상 접종은 지난달 22일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접종 시작을 하루 앞두고 돌연 중단됐다.

사업에 참여하는 신성약품이 배송한 무료 백신 일부가 배송 과정 중 상온에 노출된 것이 화근이었다.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주간 문제가 제기된 무료 백신 539만 도즈의 유통과정과 품질을 검사를 한 뒤, 백신의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장시간 상온에 노출돼 효력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 무료 백신 48만 도즈는 수거조치 됐다.

품질 검사가 완료됐지만, 무료 백신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는 실정이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성인 5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42.7%는 ‘백신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완료되더라도, 이를 자녀에게 접종시키지 않겠다’고 답했다.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무료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무료 백신을 접종하는 위탁 의료기관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도 하반기 예방접종 업무 위탁기관 점검 결과 보고’에 따르면, 질병청은 전체 위탁 의료기관 1만1204곳 중 1만1047곳을 방문 점검했다. 이 가운데 21%에 해당하는 2317곳이 백신 보관·유효기간 관련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탁 의료기관의 백신 관리 미흡은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질병청은 지난달 21일 밤 위탁 의료기관에 무료 백신 접종 중단을 안내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이를 사람들에게 접종한 의료기관이 속출했다. 정부의 무료 백신과 의료기관이 자체 조달한 유료 백신을 구분하지 않고 보관해, 유료로 접종을 받으러 내원한 사람들에게 무료 백신이 접종된 것이다. 결국 이달 7일 기준 총 3045명이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독감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554명은 수거조치 대상인 무료 백신을 접종받았다.

이 밖에도 이물질이 발견된 일부 백신이 회수조치되며 잡음을 더했다. 한국백신의 제품 일부 물량에서 흰색 침전물이 관찰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회사 측이 61만5000도즈를 자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흰색 침전물은 백신에 함유된 항원 단백질이 응집된 것으로 추정되며, 안전성 우려는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백신 계약 및 조달 과정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유통 과정에 대한 기준과 관리·감독 또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위탁 의료기관 내에서 안전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무료 접종 사업을 순차적으로 재개해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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