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김광현 “물음표, 내년에는 느낌표로”

기사승인 2020-10-23 15: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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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김광현 “물음표, 내년에는 느낌표로”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나는 아직 느낌표는 아니다.”

김광현은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7일 귀국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침에 따라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공식석상에 나섰다.

김광현은 “이 자리가 부담스러운 자리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저를 응원해주시고 미국을 갈 수 있게 도와준 팬들에게 인사하고 보고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귀국 당시) 설렜다. 외국에만 이렇게 오래 있었던 게 처음이다.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야겠단 생각을 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공항도 한산해지고, 국민들도 힘들어하실 텐데 빨리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대표 좌완 에이스로 군림한 김광현은 2019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최대 1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미국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에 확산되면서, 메이저리그는 무기한 연기됐다. 스프링캠프 4경기에서 8이닝 5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등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광현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금의환향’ 김광현 “물음표, 내년에는 느낌표로”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은 이에 대해 “한국이 안전했지만, 미국에서 입국금지를 하게 되면 첫 선을 보여야 하는 메이저리그에서 기회조차 받지 못할 수 있는 게 걱정됐다”며 “다시 시차적응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도 있었다. 통역하는 친구와 끈끈해졌고, (팀 동료) 애덤 웨인라이트와 캐치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후 리그가 재개됐지만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맞은 김광현은 동료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 투수로 보직을 전환했고 정규시즌을 3승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마친 김광현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시리즈 1차전에 등판해 3⅔이닝 5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선발로 낙점받는 등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김광현은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첫 승을 거둔 경기를 뽑았다. 김광현은 신시내티 레즈(8월23일)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빅리그 첫 승을 올렸다. 세인트루이스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합의 일품이었다.

그는 “첫 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무대에서 승리를 거두니 울컥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경기 때는 떨리고,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 울컥했다. 내 꿈을 이룬 게 기뻤던 것 같다. 통역하는 친구에게 '도대체 언제 시즌을 시작하나, 빨리하고 싶다'고 계속 물었다. 다 받아준 통역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광현은 선발 보직 전환에 대해선 “국에서도 선발과 마무리를 오간 선수들을 보며 (보직 전환이) 힘들다는 걸 알았다”며 “그래도 시즌 중반 팀이 코로나19로 경기가 중단돼 준비할 시간이 있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를 계속 생각하니 정말 할 수 있게 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걸 올 시즌을 통해 많이 느꼈다”고 언급했다.

‘금의환향’ 김광현 “물음표, 내년에는 느낌표로”
사진=AP 연합
김광현은 올 시즌을 되돌았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잘 된 부분은 점수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거다. 야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결과가 좋았다. 나도 이 정도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닝 수가 별로 안 되긴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거 같다”며 “안 좋았던 건 시즌이 진행됐다, 안 됐다 하면서 호텔에만 계속 있었다.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스피드도 안 나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거란 자신감이 있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이밖에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는 양현종(KIA)와 김하성(키움)에 대해선 “나도 물음표에서 갔고, 아직 느낌표는 아니다. 내년은 더더욱 느낌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다. 나와 같은 꿈을 꿨던 그 선수들의 도전도 언제든지 환영한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끝으로 그는 “내년을 대비해서 오늘부터 몸 관리를 준비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더 완벽하게 잘하기 위해 몸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보다 운이 덜 따를 수도, 더 잘 따를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상관하지 않겠다”며 “운이 안 따른 경기는 실력으로, 실력이 부족한 부분은 운으로 잘 엮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하겠다. 다시 한 번 더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미국에서 운동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