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현장의 또다른 전사, 윤나영 수어통역사

“농인과 청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합니다”

입력 2020-11-25 16: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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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현장의 또다른 전사, 윤나영 수어통역사
▲ 윤나영 수어통역사가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코로나 잘가’를 수어로 말하고 있다.
[무안=쿠키뉴스] 신영삼 기자 =코로나19의 지역감염 확산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면서 전남지역을 비롯한 호남지역이 사회적거리두기 1.5단계로 격상됐다.

25일 현재 전남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373명, 코로나19의 창궐로 불안에 떨고 있는 도민들은 하루 두 차례 뉴스를 통해 생중계되는 중앙재해대책본부 브리핑에 집중한다. 또 수시로 전달되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관련 브리핑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때마다 브리핑 현장에는 마스크도 쓰지 못한 채 화면을 채우는 사람이 있다. 바로 수어 통역사다.

지역에서는 김영록 지사와 호흡을 맞추며 수어 통역을 하는 윤나영 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부터 수어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윤나영 씨는 빠른 수어와 다양한 표정으로 농인과 청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전남 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윤씨는 “보통 브리핑을 하기 하루 전에 연락을 받지만 상황이 급박할때는 3~4시간전에 연락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전에 뉴스 기사를 미리 읽어보고 대처하기 때문에 촉박한 시간에도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는 윤씨는 “김영록 지사님의 발음이 정확하고 속도도 적당해 호흡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기원한다는 윤나영 씨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관공서 행사나 브리핑 시 수어통역사가 배치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면서 “수어통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농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서 농인과 청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한다”는 바람을 이야기 했다.

다음은 윤나영씨와의 1문 1답이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안녕하세요, 수어통역사 윤나영입니다.”
꼭 이렇게 소개해 주세요.^^

◇소속은?
=전남에 있는 19개 시‧군 수어통역센터를 총괄하는 전남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목포소재)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전남지역에는 2018년 말 기준 2만653명의 청각·언어장애인이 있으며, 각 시‧군 센터에 설립된 수어통역센터에서 수어통역서비스 및 각종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22개 시·군 중 곡성, 장성, 구례를 제외한 19개 시·군에 설립돼 있다.

전남도의 지원으로 일반 경로당을 이용할 수 없는 농인 어르신들을 위한 농아노인복지센터가 전남에 2개소(목포, 순천)에 설립됐고, 수어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수어교육원(본부)이 1개소 설립돼 었다.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수어를 하게 됐는지?
=1992년 사회복지법인 농아원에 영양사로 취업해 처음 농인을 만나고 수어를 접하게 됐다. 아이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수어를 배울 곳을 찾던 중 소개받은 목포시 죽교동에 있던 에바다 농아교회(구. 시민극장 앞)에서 배웠다. 당시 그곳에서 봉사하던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에바다 농아선교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2005년 1월 센터에 입사했고, 농인들과 인연을 맺은 지는 30년 가까이 된다.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은 올해로 16년째가 됐다.

코로나19 현장의 또다른 전사, 윤나영 수어통역사
▲ 윤나영 수어통역사가 24일 오후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함께 도청 브리핑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에 따른 도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전남도]
◇최근 들어 수어를 하시면서 자긍심이 많이 생겼을 것 같다. 수어통역사들이 보다 대우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존에 수어통역은 화면 하단 작은 사이즈에 갇혀 있었는데 코로나브리핑을 할 때는 도지사님 바로 옆에서 크게 보이니까 많은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다. 이로 인해 많은 수어통역사들이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화면에 보이는 모습은 수어통역사의 업무 중 극히 일부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농인분들을 모시고 병원도 가고, 경찰서도 가는 등 수어통역서비스가 주된 업무이고 일반 복지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회원분들에게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사회복지사로서의 업무도 많다. 화려한 직업, 좋은 일의 개념이 아니라 전문 직업인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브리핑 시 수어통역이 크게 부각 되는 건 농인 분들 입장에서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다. 듣지 못해서 겪는 불편함 중 가장 큰 것은 정보접근권이다.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는 수어를 크게 볼 수 있어서 농인분들 입장에서는 보다 확실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브리핑은?
=코로나가 시작된 올해 초부터 시작했고 보통 하루 전에 연락을 받는다. 도지사님 발음이 정확하고 속도도 적당해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상황이 급박할 때는 당일 3~4시간 전에 연락을 받기도 하고, 원고가 급하게 나올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뉴스기사를 미리 읽어보고 대처해 어렵지 않다.

◇평상시 수어연습은?
=수어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청인에게는 제2외국어와 같다. 신조어도 많고,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니까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행정업무나 다른 일들이 많기때문에 제대로 연습을 못한다. 그래도 틈틈이 배우고 연습한다.

◇농인들에 대해 우리가 버려야 할 편견이 있다면?
=농인들은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거나 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 자체가 편견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큰소리는 들을 수 있는 분도 있고-하지만 소리의 구분은 못함-난청인 분들도 많다.(젊은 사람들은 이어폰 등의 영향, 어르신들은 노화의 영향을 받음.)

난청인들은 우리와 똑같은 음성언어로 말을 하고,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은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음성언어 대신 시각언어인 수어로 말(의사소통)을 하는 거다. 농인들이 수어하는 모습을 보면 ‘말을 못한다’가 아니라 ‘우리와 다른 수어라는 언어를 사용하는구나’ 하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이와 더불어 ‘농인들은 성격이 급하다’느니 ‘학력이 낮다’든지 ‘자립하기 어려울 것’이라든지 하는 것도 편견. 일반화의 오류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은?
=전남도민의 한사람으로서 항상 마음 졸이고 그저 빨리 종식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관공서 행사나 브리핑 시 수어통역사가 배치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수어통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농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농인과 청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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