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호
[쿡리뷰] ‘콜’, 반드시 어둡게 볼 것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망설임 없이 질주한다.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영화 ‘콜’의 첫 인상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이렇다. 거대한 서사를 펼쳐 내거나 감정 호소의 늪에 빠지지 않고, 장르적 쾌감을 전달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불친절함에 투덜댈 새도 없이 서스펜스에 빨려 들어간다.‘콜’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두 여자가 전화로 연결된다는 설정의 스릴러다. 2012년에 개봉한 영화 ‘더 콜러’(감독 매튜 파크힐)를 원작으로 한다.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고향집에 돌아온 서연(박신혜)은 집에 있던 낡은 전화기를 통해 낯선 여자와 연결된다. 상대는 20여년 전 이 집에 살고 있던 영숙(전종서)이다. 영숙은 무당인 엄마에게 학대를 당한다. 두 사람은 서로 아픔을 나누며 가까워지고,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기로 한다.영숙은 서연을 도와 과거를 바꾼다. 죽었던 서연의 가족은 영숙 덕에 살아난다. 서연도 영숙에게 닥칠 위기를 미리 일러준다. 영숙은 또 한 번 과거를 바꾼다. 살았던 영숙의 가족은 그 때문에 죽음을 맞는다. 각자의 현실이 달라지면서 서연과 영숙 사이에도 균열이 벌어진다. 영숙은 서연에게 자신의 미래를 가르쳐달라고 채근하고, 급기야 과거의 어린 서연과 그의 가족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스릴러를 뼈대로 슬래셔 무비와 오컬트 장르의 매력을 기이하게 섞었다. 잔혹성과 광기에 ‘시간’이라는 무기까지 손에 쥔 연쇄살인마 영숙은 압도적으로 강하다. 맞설 수 없는 상대와 맞서야 하는 서연의 처지는 절망에 뿌리를 둔 공포감을 불러온다. 낡고 오래된 서연·영숙의 집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집도 하나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는 미술 감독의 말처럼 세 번째 주인공과 같은 역할을 해낸다. 달파란 음악감독이 매만진 사운드는 때론 장면과 호흡하고 때론 불협화음을 내면서 긴장감을 더한다.무엇보다 전종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학대 피해자이자 사이코패스인 영숙의 야누스적 면모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사납게 폭주하며 빚어내는 살풍경과 건조하고 심드렁한 말투로 타인과 부닥치는 장면들을 기이하게 아우른다. 다만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경찰은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인위적으로 배치됐다는 인상이 강하고, 서연과 어머니의 관계는 상투적으로 묘사된다.잘 알려졌다시피, ‘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개봉을 거듭 연기하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화면과 소리가 장점인 영화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주변을 어둡게 하고 소리를 높여 극장과 가까운 환경에서 관람하길 권한다. 쉽게 끝나지 않는 영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27일 공개.wild37@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