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더 프롬’ 막연한 위험을 전복하는 명확한 유쾌함

이준범 / 기사승인 : 2020-12-02 06: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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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프롬'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노래 한 번 부를 때마다 갈등이 해소된다. ‘더 프롬’(감독 라이언 머피)은 주요 대사와 주요 장면들을 인물이 부르는 노래와 안무로 풀어내는 뮤지컬 영화다. 인물이 처한 상황을 소개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와 상황 전환에 노래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 덕분에 한바탕 뮤지컬 쇼가 펼쳐지면 대부분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처음부터 개연성은 고려하지도 않은 것 같은 당당한 태도에 헛웃음이 나지만, 뮤지컬 특유의 유쾌함과 메시지의 힘이 여운을 남긴다.

‘더 프롬’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졸업파티(프롬)에 갈 수 없게 된 고등학생 에마(조 앨런 펠먼)를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들이 응원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자신들의 뮤지컬이 평단의 혹평을 받자 자기중심적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찾아낸 것이 인디애나주 어느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에마의 사건이다. 에마의 뜻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배우들은 에마의 졸업파티 출입 여부를 두고 학부모회와 대치하기에 이른다.

뮤지컬 영화에 뮤지컬 배우가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은 극 중에서 이미 오랜 경력을 쌓은 뮤지컬 배우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갑자기 노래와 춤을 시작하는 것이 덜 어색하다. 덕분에 순식간에 인물들의 일상적인 공간을 뮤지컬 무대로 바꾸는 뮤지컬 영화 연출 기법은 ‘더 프롬’에서 조금 더 현실적인 선을 유지할 수 있다. 그에 힘을 얻은 것인지 서사는 가볍고 거침없이 전개된다. 무엇으로도 깰 수 없을 것 같았던 금기와 갈등의 벽이 너무도 쉽게 허물어지는 것에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 영화 '더 프롬' 포스터

연극반도 없는 고등학교의 학생들과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현역 뮤지컬 배우들의 조화는 여러모로 뜬금없다. 배우들의 의도도 올바르지 못했고, 특별한 대책을 준비한 것도 아니다. 다만 친분이 없어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응원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는 영화의 개연성과 별개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 이들은 어른의 입장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힘든 일을 겪은 성소수자 학생에게도 위로와 함께 자신들이 해야 할 설득을 동등한 선상에서 전달하려 노력한다. 처음부터 에마와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인물들의 태도는 자신들의 약점과 과거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어진다. 성소수자의 권리 보호로 시작한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잘못을 인정하는 방법, 가족과 화해하는 법 등 다양한 보편적인 이야기와 뒤섞여 나름대로의 조화를 완성한다.

에마의 졸업파티 참석을 반대하는 학부모회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험’한 장소에 보낼 수 없다고 말한다. 무엇이 위험한지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더 프롬’은 오랜 종교적 관습과 전염될 것 같다는 공포 등 막연함으로 생기는 위험을 구체적이고 분명한 이야기들로 유쾌하게 설득해나간다. 갈등이 더 크고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뮤지컬 장르의 교육영화로도 볼 수 있는 이유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과 중인 미국 사회가 어떤 갈등을 겪고 어떤 대안을 고민 중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제임스 코든 등 명배우들의 연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2일 국내에서 개봉하고 오는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12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