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구운 생선·고기, 천식 환자 폐활량 좀먹어

기사승인 2020-12-04 12: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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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구운 생선·고기, 천식 환자 폐활량 좀먹어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가정에서 일상적인 음식 조리 습관이 천식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호흡기 건강 관리 요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겨울철 들어 대기가 건조해지자, 기관지가 예민한 천식 환자들에게는 기관지를 보호하기 위한 생활 습관이 강조되고 있다.

천식은 폐와 기관을 연결하는 통로인 기관지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특정한 자극이 전해지면 기관지가 좁아지고 염증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환자는 기침을 반복하거나, 호흡 곤란을 호소한다. 가슴에 답답함을 느끼고 호흡을 할 때 거친 소리가 나는 ‘천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후천적 요인 모두 천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천식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인 만큼, 일상 속에서 꾸준히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을 삼가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꽃가루나 동물의 털 등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가정이나 실내에서 조리 과정 중 연기가 많이 나는 요리를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윤호주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 및 알레르기분야 학술지 AAIR에 게재한 ‘집에서 고기나 생선을 굽는 방식이 성인 천식 환자의 최대 호기 유량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가정에서 연기가 나는 요리를 하는 것이 천식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교수는 같은 과 손장원, 김상헌, 박동원, 이현 교수와 함께 굽는 방식의 조리가 천식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실내에서 그릴을 이용해 고기나 생선을 굽는 요리를 한 경험이 있는 성인 천식 환자 91명 두 그룹으로 구분했다. 환자들 가운데 1회 이상 사용하는 그룹은 39명, 주 1회 이하 사용하는 그룹은 52명이었다.

연구팀은 2개월 동안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마다 최대 호기 유량계를 사용해 환자들의 폐활량을 측정했다. 또 가정 내 실내 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 에어가드 시스템을 설치, 실내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환자들의 호흡기 변화도 관찰했다.

두 그룹의 환자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고기나 생선을 주 1회 이상 구운 환자는 주 1회 이하로 구운 환자에 비해 최대 호기 유속이 낮아 폐활량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증 천식 환자군은 경증-중등도 천식 환자군에 비해 폐활량이 약 25%더 저하돼,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윤 교수는 “가정 내에서 그릴을 이용한 요리 방식은 흔히 사용되지만, 이 같은 조리 방식이 천식 환자의 폐기능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많지 않았다”며 “고기나 생선을 구워서 섭취하는 것처럼 평범한 실내 요리 습관도 중증 천식 환자의 호흡기 건강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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