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가' 장애인 확진자, 홀로 방치...'긴급돌봄서비스' 는 거짓이었나

"근육 굳는 병인데 누워있으라니"...'24시간 병원돌봄' 내세운 사회서비스원도 무용지물

기사승인 2020-12-18 03: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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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불가' 장애인 확진자, 홀로 방치...'긴급돌봄서비스' 는 거짓이었나
▲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는 확진자 김두영(가명)씨가 병상을 기다리며 자택에서 대기하는 동안 김 씨의 아내가 방호복을 입고 간호에 나섰다. 독자 제공.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거동이 불가한 중증 장애 환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방치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홍보한 사회서비스원의 '긴급돌봄서비스'도 실상은 말뿐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시 도봉구에 거주하는 진행성 근이영양증 환자 김두영(가명, 43세)는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의료사각지대라는 말을 절감했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활동보조가 어렵다고 한다. 다른 중증 환자처럼 기저귀를 차고 누워있어야 하는 것이다. 두렵고 답답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16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상을 기다리며 자택 대기 중에 있다. 혼자서는 손을 사용하는 정도만 움직일 수 있다. 홀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탓에 확진 당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휠체어에 꼬박 방치돼있다가 저녁부터는 방역당국의 허락을 구한 아내가 방호복을 입고 간호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병원에 입원한 이후다. 의료기관과 사회서비스원 모두 입원 시 돌봄서비스 지원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해서다. 김씨는 "오늘 병원으로부터 '입원하게 되면 신체보조 서비스는 해줄 수 없다. 기저귀를 차고 신변처리를 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사회서비스원에서도 자택대기나 병원 입원 시 활동보조 지원은 어렵다고 답해왔다"고 토로했다.  

그가 앓는 진행성 근위영양증은 계속해서 근육이 굳어지는 유전성 질환이다. 몸을 움직여주지 않고 장기간 누워있게 되면 병이 빠르게 진행할 우려가 있다. 자칫 호흡근육까지 굳어질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권범선 동국대일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염색체 이상으로 근육이 말라가는 선천성 질환으로 체위변경이나 관절운동 등이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 생명유지를 위해 간호, 간병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의료진 등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상태다. 그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강제로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신체보조와 활동지원을 의료인력이 충분히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 방역지침 하에 전문 활동보조 인력이 파견될 수는 없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거동 불가' 장애인 확진자, 홀로 방치...'긴급돌봄서비스' 는 거짓이었나
▲사회서비스중앙지원단이 배포한 긴급돌봄지원서비스 홍보물. 


당초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돌봄서비스'를 통해 ▲가족의 확진이나 자가격리로 혼자 고립된 아동, 노인, 장애인에 대한 24시간 돌봄 ▲종사자 확진으로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인 사회서비스 시설에 인력 투입 ▲돌봄이 필요한 확진자들의 24시간 병원생활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바있다. 

그러나 이들 장애 환자들은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회서비스원의 '긴급돌봄서비스'가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자가격리 중은 물론 병원생활지원 등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돌봄 자체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김 씨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 문의하니 확진자와 접촉 후 음성 판정을 받은 장애인에 한해 2주 격리기간 돌봄 지원만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확진 장애인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라며 "사회서비스원 설립목적이 긴급하거나 위기상황에서 돌봄을 책임지겠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는데 정작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방치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임소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총장은 "국가 돌봄지원체계의 첫번째 원칙이 가족의 부담을 덜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코로나 상황에서 가족의 부담은 늘어나고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며 "장애인 확진자 발생 시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 대책을 마련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이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각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사회서비스원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지자체가 지역상황에 맞게 운영하도록 한 사회서비스원의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 관계자는 "사회서비스원은 시도지사가 설립해 지역 실정에 맞춰 운영하는 형태로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이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확진자에 대한 24시간 병원생활지원'은 코로나 초기 대구에서 시행한 것으로 모든 지역이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서울시의 경우 확진자 돌봄을 복지가 아닌 '의료'에 속한다고 판단해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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