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등' 울산, 무관 설움 떨쳐낼까

기사승인 2020-12-18 14: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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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등' 울산, 무관 설움 떨쳐낼까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울산이 2인자의 설움을 깨고 아시아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는 오는 19일 오후 9시(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페르세폴리스(이란)와 결승전을 치른다.

지난 13일 빗셀 고베(일본)와 연장 혈투 끝에 2대 1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결승 무대에 올른 울산이다. 후반 7분 상대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내줬지만, 36분 윤빛가람의 슈팅을 문전에서 비욘 존슨이 재치 있는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연장 후반 막판 주니오가 본인이 만든 페널티킥을 직접 넣어 승리를 결정지었다.

울산은 8년 만에 우승컵을 노리고 있다. 현재 울산의 행보는 아시아를 호령하며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2012년과 닮았다.

2012년 울산은 FC도쿄(일본), 베이징 궈안(중국),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한 조에 편성돼 4승 2무를 기록하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 단판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3대 2로 승리했고, 8강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 합계 5대0, 4강에서는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총합 5대 1로 제압하고 결승에 안착했다. 홈에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난 울산은 3대 0으로 완승하고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했다.

울산은 ACL에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울산은 조별리그부터 지난 4강전까지 대회 9경기에서 8승1무를 기록, 참가팀 중 유일하게 무패 가도를 달리고 있다. 카타르에서 재개된 이후엔 8연승이다. 9경기에서 21골을 넣고 단 6실점해 공·수에서 도드라진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준결승까지 총 9경기에서 21골(경기당 2.3골)을 터트린 막강화력과 6골 밖에 내주지 않은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골무원’ 주니오와 아시아 무대에 완벽히 적응한 비욘 존슨이 나란히 5골 1도움씩을 올리며 공격을 책임지고 있고 윤빛가람은 4골 3도움으로 팀 최다 공격 포인트로 울산을 넘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8경기를 5실점으로 막아낸 수문장 조수혁은 최후방에 단단한 자물쇠를 채웠다. 8년 전 12경기 무패(10승 2무)로 웃었던 울산이 이번에도 무패 우승을 차지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은 이번 ACL 우승이 간절하다. 최근 우승컵과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울산으로서는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떼고 명예 회복할 기회다. 울산은 올해 K리그1과 FA컵에서 모두 전북 현대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9년에도 K리그1에서 다 잡은 우승을 놓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떨칠 수 있다.

'만년 2등' 울산, 무관 설움 떨쳐낼까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또한 이변 결승전은 김도훈 울산 감독의 사실상 마지막 경기다. 김 감독이 K리그 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자 울산이 다음 시즌을 앞두고 감독을 교체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감독 역시 지난 4강전이 끝난 뒤 “마지막 경기다. 좋은 결과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구단과 결별할거란 뉘양스를 풍긴 바 있다. 선수들에게는 김 감독에게 우승컵을 바칠 수 있는 기회다.

울산이 상대할 페르세폴리스는 최근 이란 정규리그 4연패를 달성한 강호다. ACL에서는 2018년 결승에 올랐으나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에 패해 준우승을 거둔 게 역대 최고 성적이다.

올해는 조별리그에서 3승 1무 2패, 조 1위로 1강에 오른 뒤 알사드(카타르), 파흐타코르(우즈베키스탄), 알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 등 서아시아 강자를 차례로 꺾었다. 카타르에서 대회를 재개한 뒤 조별리그 4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에서는 10득점 하는 동안 단 2실점에 그쳤을 만큼 수비 조직력이 좋은 팀이다.

하지만 이란 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페르세폴리스는 지난달 30일 정규리그 사흐르 코드로전 이후 한 번도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 팀 내 최다 득점자(4골)인 스트라이커 이사 알레카시르가 인종차별적 행동을 해 AFC로부터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미드필더 바히드 아미리와 에흐산 팔레반은 경고 누적 등으로 결승전에 못 나오는 등 내부 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수비의 핵'인 쇼자 칼리자데는 최근 알라얀(카타르)으로 이적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상황이다.

최후의 일전을 앞둔 김도훈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잘해내고 있다”며 “즐겁게 경기했고, 누가 출전해도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에 결승까지 올랐다. 이 분위기를 결승까지 이어가기 위해 모두 노력 중이다. 반드시 이기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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