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시민단체 이어 학계까지…중대재해기업처벌법 목소리 커지는데 

기사승인 2020-12-30 0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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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시민단체 이어 학계까지…중대재해기업처벌법 목소리 커지는데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운데)와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 재단이사장,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등이 1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 강은미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김종철 정의당 대표.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1만인 동조 단식을 선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도 이날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28년 만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면개정으로 산업재해 예방에 획기적인 전기를 열었다고 떠들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죽거나 다친다”며 “여·야 정치권은 재계의 눈치를 보며 10만 노동자·시민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훼손하지 말고 온전히 즉각 입법하라”고 강조했다. 

유가족·시민단체 이어 학계까지…중대재해기업처벌법 목소리 커지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정의당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현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김종철 대표와 강은미 원내대표, 산업재해 희생 노동자 유가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은 20여일 넘게 진행 중이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위원장이 23일째 국회 밖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 내에서는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 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각각 19일째 단식 중이다. 보건의료학생 매듭, 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건강연대, 4·16연대,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사회단체도 하루 동조단식·피케팅에 참여하고 있다. 

유가족·시민단체 이어 학계까지…중대재해기업처벌법 목소리 커지는데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산재 유가족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2400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뿐만이 아니다. 국회 앞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2400배도 시작됐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 고 김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씨, 고 김동준군의 어머니 강석경씨 등 산업재해 유가족이 참여했다. 2400배는 매일 진행된다. 2400은 한 해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의 숫자를 뜻한다.

이날 2400배를 진행한 김선양씨는 정부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일부 수정안에 반발했다. 정부는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2년간 늦추고,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5배 이하로 낮추는 내용 등으로 법안을 일부 수정, 제출했다. 그는 “엉터리 정부안을 보고 한숨을 못 잤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굶는 것도 모자라 2400배를 하는 현실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유가족·시민단체 이어 학계까지…중대재해기업처벌법 목소리 커지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의 법적 쟁점에 관한 법학계의 의견서. 참여연대 제공
학계도 나섰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이호중 서강대학교 로스쿨 교수 등 법학자 32명과 변호사 60명은 같은 날 의견서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고 모든 사업장에 전면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인과관계의 추정 조항을 비롯한 각 조항이 중대재해의 특성, 법 제정안 논의에 이르게 된 과정을 충분히 고려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수정 제출안에 대해 비판하며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등 원안을 따를 것을 촉구한 것이다.  

지난 1994년 설립된 한국산업노동학회(회장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도 이날 의견서를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대상에서 임대, 용역, 위탁 등의 영역이 제외되는 것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듣고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대부분의 중대재해는 용역이나 하청 또는 공공부문의 경우 위탁 업무에서 주로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용역과 도급, 파견에 대한 구분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민의 안전 및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안이 되길 바란다”며 “법의 취지대로 다양한 형태의 외주노동에 대해 동일한 기준으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를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기업을 형사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법안이다. 지난 2017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으나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달 8일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