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론이 분열의 씨앗될까… MB·朴 사면론에 들끓는 여론

‘국민통합’ 쏜 이낙연에 민심은 ‘냉랭’… “시기도 근거도 부적절”
文 대통령, 14일 박근혜 최종심 이후 입장 낼 듯

기사승인 2021-01-06 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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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론이 분열의 씨앗될까… MB·朴 사면론에 들끓는 여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놓고 정치권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쏘아 올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둘러싼 공방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사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대표는 1일 언론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로 갈라선 진영정치를 뛰어넘고, ‘국민통합’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이 대표의 발언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선거용 공수표가 돼선 안된다고 견제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 주요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사면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자신들이 집권해 칼자루를 잡고 있다고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해 장난쳐서는 안된다”며 “하신 말씀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밝히며 이에 대한 논의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이 문제에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성격이 아니다”며 “사면이란 게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판단해서 사면을 해야겠다고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강한 반발이 쏟아졌다. 특히 86그룹(19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반대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86그룹 맏형격으로 꼽히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탄핵과 사법처리가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 있다”며 사면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부정적 견해를 표출했다.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탄핵까지 거론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4일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같은 날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를 찾아 이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언젠간 논의돼야할 사항” 등 일부 옹호하는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여론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 6건(5일 오후 4시44분 기준)이 올라왔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물이 올라온지 하루만에 7만6758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민통합론이 분열의 씨앗될까… MB·朴 사면론에 들끓는 여론
▲2016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사진=박태현 기자

일부 청원인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하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결사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한 청원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가 다시 사회로 나온 결과는 어떠했는가. 또다른 사회양극화를 유발했다. 이 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또다른 청원인은 “사면은 참작할 만한 사유라도 있어야 그나마 고려해볼까 말까한 것”이라며 “이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려면 민주당 대표직을 내놓고 당을 떠난 후에나 건의하라”고 비판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의 ‘사면론’은 부정적이었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국민통합’이라는 근거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엔 어렵다는 평가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전직 대통령을 사면한다고 해서 국민통합이 이뤄진다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문 대통령의 임기 말이거나 사면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이 있었다면 모를까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여론에 이 대표는 한발 물러섰다. 지난 3일 긴급 최고위 간담회를 열고 사면론에 대한 당 입장 정리에 나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국민과 당원의 뜻’과 ‘당사자의 반성’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5일 열린 최고위에서도 양향자 최고위원을 제외한 모든 지도부가 사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사면에 대한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진 않았다. 이에 오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종심 선고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제3부는 14일 오전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와 공모해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정치권에서는 최종심 선거 이후 열릴 신년 기자간딤회에서 문 대통령이 사면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