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가치 있는 ‘훔쳐보기’가 되기 위해서  

'관찰예능' 범람…자극보다 공감 위로 잊지 말아야

기사승인 2021-01-07 11: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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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프레스] 가치 있는 ‘훔쳐보기’가 되기 위해서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유다빈 국민대신문 기자 = 2020년, 대학에 입학했지만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새내기의 삶을 누리지 못한 채 온종일 집에서 지냈다. 온라인 강의를 듣고 나면 하릴없이 TV 채널을 돌려가며 볼 것을 찾거나 유튜브를 켜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이때 자주 보았던 건 ‘1호가 될 순 없어’, ‘신서유기 8’, ‘온앤오프’ 등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아버지께선 항상 ‘연예인의 사생활이 뭐가 궁금해서 하루 종일 보고 있느냐.’라며 핀잔을 주곤 했다. 

문득 내가 소비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연예인의 사생활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임을 깨닫게 됐다. 이런 관찰예능이 예능프로의 주 장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끔 이런 것들을 보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나는 연예인의 일상이 궁금하고 언론에 많이 비춰지지 않았던 인물일 경우 더더욱 관심을 갖는다. 일명 ‘그들이 사는 세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찰예능이 무분별하게 범람하면서 본래 기획의도인 ‘공감’, ‘위로’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연예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비슷한 소재가 넘쳐나고,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자극적 이야기가 거리낌없이 공개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런 점으로 인해 관찰예능의 지향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찰예능’, 마치 다큐와 같이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관찰 카메라 형태로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8년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37명을 대상으로 관찰예능에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3.5%의 직장인이 관찰예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관찰예능에서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해서’를 꼽았다.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대부분은 관찰예능에 빠져들어 즐기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 관찰예능에 빠져드는 걸까. 과거 기성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지루함, 진부함을 느낀 사람들이 늘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톱 진행자와 패널들이 제작진이 준비한 게임과 미션을 수행했던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가 새롭게 등장한 생활밀착형 포맷의 관찰예능에 신선함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시대를 따라 바뀐 사람들의 생활문화가 예능 트렌드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관찰예능 초반, 큰 인기몰이를 했던 MBC ‘아빠! 어디 가’의 윤후는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기성 예능은 어느 정도 짜여진 각본과 연출된 이미지를 보여줬다면 이런 관찰예능은 아이들의 꾸밈없는 반응과 행동, 말이 진정성을 보여주어 그야말로 ‘리얼리티’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또한 관찰예능의 최근 포맷이 2030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트로트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작년부터 무분별하게 늘어나 TV 예능에서 중장년층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이에 젊은층이 TV보다 유튜브, OTT 사용을 더 활발히 하면서 이들을 TV로 돌아오게 할 관찰예능이 기획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이들의 특성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있다.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사회 현실 즉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학자금 부담, 경제적 부담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이 세대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성장한 MZ세대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이런 점을 건드려 진정한 위로를 건네고자 하는 새로운 포맷의 관찰예능을 통해 같은 세대의 연예인이 혼술, 혼밥, 여가시간을 보내는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연예인의 삶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특정한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자는 MZ세대로서 tvN ‘온앤오프’에 출연했던 소녀시대 써니가 가수 보아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모습에서 진로, 미래를 고민하는 우리 세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녀의 속마음에 진정성과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연예인의 일상을 관찰한다는 비슷한 소재와 심지어 부부 간의 자극적인 이야기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관찰예능의 분위기는 출연자에게 남보다 튀어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을 심어주는 위험성도 있다. 때문에 예능의 지향점이 변화되야 한다. 출연자의 연예인으로서의 삶보다는 한 인간의 삶, 그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생활 공개, 지나치게 과시하는 모습이 아닌 한 사람의 삶, 그 속에서 공감 포인트를 찾아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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