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읽기] '스카이림'부터 '사펑'까지, 오픈월드의 모든 것

기사승인 2021-01-08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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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읽기] '스카이림'부터 '사펑'까지, 오픈월드의 모든 것
▲사진='사이버펑크 2077'.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20년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평가를 받던 CDPR의 '사이버펑크 2077(사이버펑크)'을 향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비판의 원인은 일단 치명적인 버그인데요. 플레이어 사이에서는 '1 퀘스트=1 버그'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적지 않은 유저들이 "생각보다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남겼는데요. 애초에 CDPR측이 트레일러 영상 등을 통해 밝힌 부분의 다수가 인게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일부 유저들은 "어떻게 2020년 출시된 오픈월드 게임이 5년 전 출시작품보다 못하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5년 전의 출시작품'은 2013년 출시된 락스타게임즈의 'GTA5'입니다. 로스 산토스라는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게임은 오픈월드의 바이블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탄탄한 메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서브 퀘스트의 볼륨도 뛰어난 편이고, 서브 콘텐츠 면에서도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죠. 다양한 스포츠와 취미활동은 물론이고, 부동산과 주식거래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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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TA5'

오픈월드는 2010년 이후 주목받은 장르이면서, 현시점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이 됐습니다. 기준을 정하기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전제로 하여 대부분의 장소로 갈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픈월드 게임의 맵의 규모는 거대한 편이죠.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요, 바로 자유도입니다. 오픈월드의 자유도는 맵 속에 구현된 시설물과 미니게임, NPC의 상호작용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GTA5'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높은 자유도에 있죠.

상호작용 측면에서 'GTA5'와 비교하면 '사이버펑크'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NPC의 반응은 한정적이고, 콘텐츠는 한없이 부족한 수준이죠. 작중 '스캐빈저'·'멜스트롬'·사이버클로' 등 다양한 갱단이 등장하지만,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외형만 다를 뿐 아이템을 주는 인카운터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사실상 세부 콘텐츠는 전무한 수준입니다. 시민들에 말을 걸면 반응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살려주세요" 혹은 "뭐야, 저리꺼져". 2077년이 되면서 사람들의 지능이 단체로 퇴화라도 한 것일까요? 

이동수단 부분도 아쉽습니다. 2077년이 됐는데도 교통수단이 자동차와 오토바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부분인가요? 외형도 독창성이 떨어집니다. 출시 일정의 압박으로 미완성 작품을 내놨다는 게 유저들의 중론입니다. CDPR이 추가적인 대규모 패치를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재밌는 점은 '사이버펑크'에 대한 반발심으로 'GTA5', '레드데드리뎀션2',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등의 게임이 재조명받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번 기회에 시대를 풍미한 오픈월드 장르의 게임을 되짚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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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커뮤니티에서 숱하게 봤던 그 장면.

이러한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2011년 출시된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스카이림)'입니다. 이 작품은 엘더스크롤 세계관에 등장하는 탐리엘의 한 지역인 스카이림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드래곤 '알두인'을 무찌르는 것이 메인 스토리인데요. 게임에서 주인공이 위풍당당하게 외치는 '푸스로다'가 밈(Meme)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카이림'은 판타지 세계관을 비주얼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오크·드래곤·트롤 등 우리가 알고 판타지 세계관의 생명체를 완벽히 구현했습니다. 육성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마법을 쓰는 검사, 연금술과 제련을 통해 전설 무기를 만드는 도적 등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죠.

자유도 측면에 있어서는 이후 언급할 다른 게임에 비해 떨어질 수 있지만, '스카이림'만의 독창적인 특징도 있습니다. 바로 게임 내에 존재하는 NPC의 대부분을 죽일 수 있다는 점인데요. 물론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다보면 스토리 진행에 어려움이 있으니, 1회차 플레이 때는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스카이림은' 2011년 최대 GOTY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또한 타임이 선정한 '2010년대 10대 비디오 게임(2011년)', 메타크리틱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비디오게임' 4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베데스다는 '스카이림6'를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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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5'. 역대 게임 주인공 가운데 가장 괴상한 인물인 트레버 필립스.

다음 작품은 2013년 출시된 'GTA5'입니다. '스카이림'이 중세 판타지를 사실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라면, 이 게임은 현대 시대 미국의 모습을 완벽하게 묘사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데요. 권총·라이플·중화기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탈 것도 다양한데요. 군부대에서 탱크와 전투기를 훔쳐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GTA5'의 진면목은 다양한 세부 콘텐츠에서 드러납니다. 테니스, 골프, 철인 3종 경기 등의 다양한 스포츠뿐 아니라 사냥, 스카이다이빙, 보트 레이싱 등의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19세 이상이 체험할 수 있는 성인용 콘텐츠도 어마어마한데요. 스트립 클럽 출입, 매춘, 마약까지 해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락스타게임즈는 아직 'GTA6' 출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GTA 온라인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고 있으니, 한 번쯤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GTA5'는 '2010년대 10대 비디오 게임(2013년)', 메타크리틱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비디오게임' 6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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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패러세일을 통해 비행하는 젤다 아닌 링크.

닌텐도의 독점작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야생의 숨결)'도 역사에 길이 남을 오픈월드 게임이죠. 2017년 출시된 '야생의 숨결'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 가운데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게임인데요. 오로지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야생의 숨결'은 이번에 소개하는 가운데 최고의 자유도를 자랑하는 게임입니다. 아오누마 에이지 프로듀서는 '야생의 숨결'의 맵 크기가 교토와 맞먹는다고 말하기도 했죠. 아울러 '야생의 숨결'은 진정한 의미로 맵에 있는 모든 장소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기둥과 나무는 물론, 벽 그리고 모든 산까지 빠짐없이 등반이 가능합니다. 탐험 요소를 극대화한 것이죠, 

"설마 이게 되지는 않겠지." '야생의 숨결'을 플레이할 때 항상 생각하는 말인데요. 유저들의 상상은 모두 현실이 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들판에 불을 피워 만들어진 상승기류로 패러세일링을 할 수 있고, 비가 오는 날 몬스터 앞에 금속체를 던진 후 번개를 통해 사냥할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재료를 통해서라도 요리를 만들 수 있기도 하죠.

'야생의 숨결'은 말그래도 수상을 휩쓸었습니다. 2010년대 10대 비디오 게임(2017년)', 메타크리틱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비디오게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닌텐도 스위치 대중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안 해보셨다면, 꼭 한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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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드데드리뎀션2'.

마지막으로 소개할 게임은 2018년 출시된 락스타게임즈의 '레드데드리뎀션2'입니다. 2010년 출시된 '레드데드리뎀션'의 후속작이기도 하죠. 

한마디로 정의하면 '레드데드리뎀션2'는 서부판 'GTA'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1899년 미국 서부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반 더 린드 갱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게임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당시 시대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탐험에 있습니다.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만큼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사냥입니다. 게임 내에서 약 200종의 동물을 볼 수 있고, 이를 모두 사냥하고 수집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도 완벽히 재현돼있는데요. 늑대와 곰이 만나 신경전을 벌이고, 독수리가 물고기를 사냥하며, 악어가 멧돼지를 사냥하는 것 등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 나올 법한 장면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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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드데드리뎀션2'. 압도적으로 장엄한 서부 풍경.

기자가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말 길들이기인데요. 시대가 시대인만큼 이 게임의 핵심 이동수단은 말입니다. 플레이어는 마구간에서 말을 구매할 수도 있고, 야생마를 길들일 수도 있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전설급 말을 길들였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카우보이가 돼 서부의 낭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레드데드리뎀션'은 메타크리틱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비디오게임' 10위를 차지했습니다. PC와 콘솔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분량의 제한으로 소개하지 못했지만, '위쳐3: 와일드 헌트', '파크라이 시리즈'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오디세이·발할라' 등 오픈월드 게임도 많은 호평을 받았으니 한 번쯤 해보기를 권합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왜 오픈월드를 좋아할까요? 어찌 보면 방향도 정해지지 않은 불친절한 방식인데 말이죠. 기자 역시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NPC를 찾느라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맵도 워낙 넓다 보니 이동하는 데만 한 세월이 걸리기도 하죠.
 
고민 끝에 나름대로 한 가지 답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만큼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오픈월드 게임에서 수많은, 더 다양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속의 '나'가 할 수 있는 행동에는 제약이 있지만, 게임 속의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요. 용을 물리치는 용사도, 현금 차량을 터는 무장강도도, 로키 산맥에 올라 명마와 교감하는 카우보이까지 게임 속에서 '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의 진정한 매력은 이런 점이 아닐까요?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