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한센인 치과 치료에 매진... 유동수 전 서울대치과병원장 별세

'나환자 구한다' 일념으로 한국구라봉사회 창립 ...50년간 한센인 3만4000여명 치료

기사승인 2021-01-13 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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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한센인 치과 치료에 매진... 유동수 전 서울대치과병원장 별세
▲유동수 전 서울대치과병원장.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한평생을 한센병 환자의 치과 치료에 매진한 유동수 전 서울대치과병원장이 금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3년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1965년부터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해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서울대학교병원 치과진료부 원장을 지냈다. 대한악안면방사선학회장, 국제구강악안면방사선학회장을 역임하며 치과계 최초의 국제학회인 제10차 국제구강악안면방사선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 치의학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다. 

고인은 1969년 소록도에서 첫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았다. 당시 고인이 일본 오사카대학 객원교수로 있던 시절, 일본 구라봉사단에서 활동하던 교수가 그에게 소록도병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치과 치료한 사진들을 보여주자 ‘한국 의사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서울대 교수·학생 7명과 함께 소록도 봉사에 나섰다고 한다.

한센병은 잘 먹고 영양상태가 좋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이었지만 적절한 치과치료를 받지 못해 이가 상하면 뽑는 수밖에 없었고, 치아 상실로 인해 영양섭취가 어려운 악순환을 겪고 있었다.

이런 한센인들에게 씹는 기쁨과 건강을 되찾아주기 위해 유 교수는 1969년, ‘나환자를 구한다’는 뜻을 가진 한국구라봉사회를 창립했다.
한평생 한센인 치과 치료에 매진... 유동수 전 서울대치과병원장 별세
▲한국구라봉사회 활동 모습. 서울대치과병원 제공. 


구라봉사회가 학내 서클이었을 때는 지도교수로서, 1982년 사단법인이 된 이후에는 회장으로서 50년이 넘는 세월을 한센인 치과치료에 몰두했다. 50년간 3만 4000여명의 한센인을 치료했으며 4700여개의 의치를 제작해 한센인의 구강건강을 되찾아 주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고인은 1988년에 ‘국민훈장목련장’을, 1996년에는 대통령 표창, 2017년에는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아산상 의료봉사상’을 수상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로 예정됐다.  ☎ 02-207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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