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이냐 집유냐' 이재용 오늘 국정농단 재판 마침표

'준법감시위' 이재용 구속에서 살릴 '구세주' 될까
大法, 횡령액 증가 법정형 최저 5년···구속 가능도

기사승인 2021-01-18 10: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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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이냐 집유냐' 이재용 오늘 국정농단 재판 마침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윤은식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18일 오후 열린다. 지난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이 항소심의 뇌물죄 무죄 판단을 뒤집으면서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한 이후 508일만이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한지 1420일만에 국정농단 재판이 마무리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50억원이 넘는 횡령액을 근거로 실형을 선고할지, 아니면 지난해 초 재판부 요구로 삼성이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원회를 근거로 집행유예를 선고할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횡령혐의를 뒤집고 모두 유죄로 판단해 이 부회장의 횡령액수는 86억원상당으로 늘어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정준영)은 이날 오후 2시 5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연다.

국정농단 사건은 처음에는 삼성도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의 뇌물 강요에 의한 피해자 신분이었다. 2016년 11월 당시 검찰은 삼성도 최씨의 미르·K스포츠 센터 재단 출연 강요를 당한 피해자로 봤었다. 그런데 같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 꾸려졌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편의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건넨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 이듬해인 2017년 2월 경영권 승계 등 혐의를 추가해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구속사유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만남을 갖고 경영권 승계의 편의를 봐달라는 부정 청탁과 함께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기소한 5개 혐의(뇌물공여·횡령· 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국회 위증)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형량은 이 부회장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선고가 내려졌다. 법조계 일각은 최소 7년에서 많게는 12년의 징역형을 예측하기도 했다.

1심은 뇌물혐의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그리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은 모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이고 이는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과정에서 승마지원 요구는 삼성도 정유라 지원 요구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달랐다. 가장 핵심인 경영권 승계 대가 뇌물과 그에 따른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2년 6개월의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시켰다. 

2심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를 뇌물액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부회장도 말 세 마리만큼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편의 청탁은 없었고 따라서 부정한 청탁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혐의가 2심에서 줄줄이 무죄로 결론 나면서 재판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으로 보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러나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삼성의 정유라씨 말세마리 제공을 뇌물로 판단했다. 대법원이 경영권 승계 현안도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제삼자뇌물 혐의까지도 유죄로 보고 뇌물액수를 2심의 36억원보다 많은 86억원으로 판단해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횡령 공소사실은 이 부회장이 회삿돈으로 뇌물을 건넨 것으로 되어 있어 뇌물액이 곧 횡령액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다시 구속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게 되면 법관의 작량감형으로 형을 줄여주지 않는 한 집행유예 선고는 불가능하다. 횡령액이 50억원을 넘게 되면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 선고의 전제 조건은 징역 3년 이하 선고의 경우다. 작량감경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의 재량으로 이뤄지는 형의 감경이다. 

파기환송심은 그러나 구속에 몰린 이 부회장에 동아줄을 내어 준다. 지난 2019년 10월 첫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삼성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기구 마련을 주문했고, 삼성은 이듬해 2020년 1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다. 4개월 뒤에는 준법감시위 권고를 받아들여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4세 경영 세습, 무노조경영 철폐, 준법경영 지속 등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하자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는 등 '불공정 재판'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대로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애초에 이 부회장도 최순씨의 뇌물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고 공소사실에 적시했다면서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주장하면서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주장했다.

특검은 지난달 12월 30일 결심공판에서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다른 기업보다 적극적이었고 쉽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부회장을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보이며 새로운 삼성의 도약과 어려워도 정도를 걷는 삼성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을 넘어 최고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겠다"면서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고 노조와 활발히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unsik8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