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다시 '영어의 몸'···법원 "준법제도 양형 반영 적절치 않아"

파기환송심서 집행유예 없이 징역 2년 6개월 법정구속
"준법제도 실효성·지속 가능성 미흡"...최지성-장충기도 같은 형량 실형

기사승인 2021-01-18 16: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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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다시 '영어의 몸'···법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후 최서원)씨에게 경영권 승계 편의 댓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파기환송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이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뇌물'이 경영권 현안차원에서 이뤘다고 판단, 뇌물액수가 2심 36억원에서 83억원으로 올라가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8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 및 법정 구속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에 대해)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삼성 준법 감시제도가 그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파기환송심의 최대 관심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양형 반영'이었다. 대법원이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뇌물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뇌물액이 84억원으로 올라가 이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이 부회장은 실형이 불가피했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요구, 삼성이 지난해 초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법관 작량감경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

재판부는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 당시 준법지원인 등 준법감시제로를 운영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고, 제대로 작동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특검이 기소한 대로 국정농단 사건의 일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반복했던 삼성 최고 경영진이 가담한 뇌물 횡령죄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최고 기업이자 자랑스러운 글로벌 혁신 기업인 삼성이 이와 같이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 범죄에 연루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재판부는 "기업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기업 총수가 자신도 대상이 되는 준법감시제도를 실효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범행 후 정황에 해당해 형법상 양형 조건 가운데 하나로서 고려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준법감시 시스템을 강화한 사정을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기 위해서는 그 실효성을 엄격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재판부는 "새로운 준법감시위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촉박한 일정 등 한계에도 전문 심리위원들에 의해 어느 정도 점검이 이뤄졌고 공개했다. 피고인의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 된다"면서도 "새로운 제도가 실효성을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삼성준법감위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효적인 준법감시는 법적 평가로부터 시작되는데,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예방 및 감시 활동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어 "그룹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고, 준법감시위와 협력을 체결한 7개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체계가 확립되지 못했다"며 "과거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했던 허위 용역계약 방식을 독립된 법적 위험으로 평가할 제도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후 진술에서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재판 과정에서 강화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면서 준법경영의지를 진정성 있게 보여줬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비록 실효성 기준에 미흡한 점이 있으나 시간이 더 흐른뒤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경영 출발점으로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게 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경영권 승계 편의 등으로 298억원가량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89억여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인정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뇌물 혐의 등을 무죄로 판단하고 뇌물액을 36억여원만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본 뇌물 액 16억여원도 뇌물로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이 부회장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이 부회장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eunsik8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