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甲들의 전쟁 ‘층간소음’, 乙들의 '하소연’ 급증

민원 급증하는데 중재는 '乙'인 관리사무소·환경공단이… 자치위 구성 절실

기사승인 2021-01-19 05: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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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甲들의 전쟁 ‘층간소음’, 乙들의 '하소연’ 급증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데, 층간소음 문제에서 우리들이 딱 새우 꼴이죠. 저희 같은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주님(주민)들 싸움에 중재랍시고 끼어드는 노예와 다를 바 없는 거예요. 잘못하면 살인납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층간소음 논쟁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개그맨 이휘재와 안상태 등 유명인들이 연루된 논란이 알려지며 국민들의 경험과 공명해 비난여론이 쏟아지기도 하는 등 공론화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흔히 경비원으로 불리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한탄이 서두의 인용구처럼 강도가 더해가며 따라 늘고 있다. 주거민들 사이의 분쟁에 낀 이들은 주거민들 관리비로 월급을 받으며 그들의 다툼에 끼어들어야 하는 상황에 곤혹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만이 아니다.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에서 중재가 잘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정부기관의 힘을 빌리려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근본적인 인력부족과 관련 규정 및 법규의 강제선이나 주민의 협조부족 등으로 인해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각종 소음공해 등을 관장하고 있는 환경부는 층간소음 문제를 중재하기 위해 환경관리공단 산하에 ‘이웃사이센터’를 두고 층간소음 민원대응 및 해결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평소 2만에서 3만건 정도의 민원을 해마다 처리해왔다. 하지만 작년에는 4만건을 훌쩍 넘었다.

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2019년 2만6257건이었던 전화상담건수는 2020년 4만2250건으로 1.6배 이상 급증했다. 현장방문상담 요청건수도 7971건에서 1만2139건으로 1.5배 늘었다. 10명가량의 전화상담 직원이 1년 중 260일을 근무할 경우 하루에 160건 이상을 처리하는 셈이다.

더구나 층간소음에 대한 중재상담의 법적 근거가 되는 공동주택관리법의 주관부처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돼 제도적 허점 또한 제대로 보완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실제 주택법 상 주상복합이나 다가구는 층간소음 중재과정에서 제외돼 센터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늘어나는 甲들의 전쟁 ‘층간소음’, 乙들의 '하소연’ 급증
▲사진=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집콕댄스 영상 갈무리

상황이 이렇다보니 갑들의 충돌이 감정싸움에서 물리적 주먹다짐으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경비원과 센터 직원을 향한 욕설과 비난 등 불만민원이 폭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지경이다.

이에 환경공단 담당자 “층간소음에도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감정문제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상담이 이뤄져야하는데 관리주체는 을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워하고, 센터 입장에서도 하루에 몇 백건의 신청이 들어와 해결이 쉽지 않다”며 “인력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과 제도적 개선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견을 반영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며 층간소음이 보복소음으로 번지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층간소음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운영해 이웃 간 분쟁조정에 기여하고 조정절차를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며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아직 논의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

한편 주택법을 개정해 주민들이 주체가 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운영하도록 의무화해야한다는 입장과 함께 건축법 상 층간 벽의 두께 기준 등이 주상복합과 일반 아파트가 다른 점 등이 문제로 꼽히기도 했다.

한 민원인 A씨는 “2005년 이전에 건립된 주상복합은 공동주택관리법 상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이웃사이센터의 상담대상이 아님에도 민원이 접수돼 상담요청을 받았다”며 “결론적으로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집의 문제였고, 일반 공동주택과 건축기준이 다른 문제가 있음에도 민원을 받아 조정을 하려는 행태에 감정이 상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환경공단 담당자는 “건축법 등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만 정작 국민들은 주상복합이든 다가구든 같은 주택으로 인식하고 민원을 제기한다. 구분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오히려 대상이 아니라며 민원을 받지 않으면 논란이 커질 수 있어 적극행정 차원에서도 민원을 받는데 피신고자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 있어 고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 민원이 급증한 문제도 있어 1월 1일부터 관리주체가 좀 더 원활하게 1차적인 중재상담을 할 수 있도록 안내장을 동봉해 보내 주민의 불만을 줄이려는 절차적 개선을 하는 등 규정도 바꿨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건축법 등에서 차이를 두는 부분을 통일하는 등 국토부와 환경부의 논의가 결실을 맺을 수 있길 바라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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