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호
“공연장 내 감염 0%, 띄어앉기 조정해야”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 장기화로 공연계가 스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장 내에서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시행 중인 공연장 내 띄어 앉기 정책을 조정해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한국뮤지컬협회 이유리 이사장을 비롯한 뮤지컬계 종사자들은 19일 서울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의 장기화로 뮤지컬계는 명맥을 이어나가기 힘든 절박한 상황”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2.5단계 시, 공연장 내 ‘동반자 외 거리두기’로 방역 수칙을 조정해 주실 것을 간절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업계에 따르면 뮤지컬 공연은 좌석의 70%가 팔려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두 자리 띄어 앉기 상황에서는 가용 좌석이 매진된다 해도 전체 좌석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공연을 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로 인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명성황후’ ‘몬테크리스토’ ‘고스트’ ‘그날들’ 등 대극장 공연은 대부분 개막 연기와 공연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5단계 거리두기 지침 시행 이후인 2020년 12월 뮤지컬 장르 전체 매출은 2019년 12월과 비교해 90% 넘게 감소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반자 외 거리두기’가 가장 효율적인 동시에 최소한의 생계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지침에선 공연장 내에서 거리두기를 시행하더라도, 공연 전후로 일행끼리 식사 등 생활을 공유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이들은 “한 작품에는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300명까지 무대에 서는 배우의 10배가 넘는 스태프가 참여하는데 지난 1년간 공연 취소와 중단으로 수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본업 대신 일용직으로 생계를 위한 사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중음악 공연장들도 존폐 기로에 서 있긴 마찬가지다. 홍익대 인근 소규모 공연장의 피해가 막심하다. 2011년 문을 연 에반스라운지는 이달 4일 폐업했고, 브이홀, 퀸라이브홀, 살롱 노마드, 달콤한 음악실 등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취소된 공연은 400개가 넘는다.라이브클럽협동조합은 지난 13일 “장르 음악과 라이브 음악 씬, 그리고 홍대 앞 인디 음악 생태계는 지금 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현실적인 정책 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좌석 띄어 앉기 조정과 인디 음악 생태계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현행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대중음악 공연장의 경우 50인 이하로만 운영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직원과 아티스트 등을 제외하면 판매 가능한 티켓은 30장대다. 조합이 “수익은커녕 공연을 할수록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이들은 또한 “개최 1~2개월 전부터 홍보 활동을 해야 하는 공연 특성상, 보통 거리 두기가 조정이 되면 그 후 2개월여의 공연은 진행이 어렵게 된다”며 “이는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뮤지션들과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수많은 음악 레이블, 공연 기획/제작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홍대 인근 소규모 공연장은 대중음악 다양성을 지키는 근간으로 꼽힌다. 여러 장르 음악 뮤지션들이 이곳에서 역량을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가서다. 이에 홍대 라이브공연장 대표들은 이달 ‘한국대중음악공연장협회’를 꾸려 정부에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한편 앞서 뮤지컬 ‘모차르트!’ ‘제이미’ 등 관객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는 있지만, 공연장 내 추가 감염은 없었다. 대중음악 공연의 경우 가수 윤도현의 대구 공연에 확진자가 다녀갔지만, 마찬가지로 추가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wild37@kukinews.com / 사진=한국뮤지컬협회, 라이브클럽협동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