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커녕 제보자 색출?"…징계 받은 알펜시아 경영진 해임 청원 등장

입력 2021-01-25 14: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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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쿠키뉴스] 박하림 기자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골프장에서 상습 무료 라운딩에다 돈내기 골프를 즐긴 리조트 주요 간부들이 징계를 받았지만, 반성은커녕 제보자를 색출하려 한다는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됐다.

‘naver - ***’이란 닉네임을 가진 청원인은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상습 공짜 라운딩, 돈내기 골프’ 알펜시아 대표이사 3개월 감봉 솜방망이 징계, 경영진 해임을 건의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알펜시아 경영진으로서 근무시간에 상습적으로 돈내기 골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은 충격인데, 감사를 진행했던 강원도개발공사가 월12만원의 3개월 감봉과 대표이사 사과문으로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하고 경징계를 중징계처럼 포장해 언론기사와 뉴스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3개월 감봉의 경징계를 받은 대표이사와 본부장은 이런 기사가 터지는 가운데도 반성은커녕 이번 감사건을 제보한 의심자들을 색출해 인사상 불이익 등의 보복할 준비만 하고 있다”면서 “저런 부도덕한분들이 직원들을 평가한다는 것에 과연 공정한 인사평가가 이뤄질까 벌써부터 직원들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징계를 받은 이들은 ‘돈내기는 했지만 도박은 아니다’, ‘딴 돈은 캐디피와 간식비로 쓰고 나머지는 돌려줬다’는 우스운 변명으로 직원들과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함께 라운딩에 나갔던 몇몇 사람의 진술 중에 본인들도 징계를 각오하면서 진실을 말한 이들의 증언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강원도개발공사의 팀장 1명도 포함돼있기에 강원도개발공사가 본 건을 축소하려고 만하는 의도가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직원들한테는 걸핏하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나 해고, 재계약 중지를 하며 엄격하다”면서 “회사 명예를 땅바닥에 떨어트린 자신들한테는 관대한 잣대를 기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알펜시아 경영진의 내기 골프건을 감사했던 강원도개발공사 A씨가 얼마 전까지 공석으로 비어있는 알펜시아 대표밑에 경영관리본부장으로 파견발령 난 것도 비상식적”이라면서 “어떻게 알펜시아 경영진의 부조리를 감사했던 A씨를 후임자에게 감사내용을 인계하고 알펜시아 대표 밑으로 발령을 낼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강원도 내 정치, 경제 인사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알펜시아 대표이사를 강원도개발공사 고위간부가 나서서 비호해주고 있다는 의혹이 몇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철옹성 같은 강원도 내에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의 힘을 빌어 강원도개발공사 간부의 부조리를 바로잡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알펜시아 직원들에 대한 인사평가가 진행 중이다. 

강원 평창군에 소재한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앞서 지난 15일 강원도개발공사는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 결과 알펜시아리조트 임원 2명에 대해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알펜시아 직원 4명과 강원도개발공사 직원 1명 등 5명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중징계를 받은 알펜시아 임원 중 1명은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처분이 통보되고, 나머지 5명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징계가 확정된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업무상 점검 라운딩에 대해선 사전 계획에 명확한 근거를 남겨야 하는데도 절차상 흠결이 있었고, 간식비와 캐디피 지급 명목으로 금전이 오고 갔던 돈내기 골프 의혹에 대해선 공적 기관의 임직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앞서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알펜시아 간부들이 코스 점검을 이유로 1년 넘게 무료 라운딩에다 돈내기 골프까지 했다는 제보가 접수된 바 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2009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수하리 일대 491만㎡(약 149만평)에 조성한 리조트다.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핵심 기반시설로 지어졌으나 아직까지 7700억 원대 건설 부채가 남아 강원도개발공사와 강원도에 재정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같은 재정 부담 이유로 최근 공개 매각 절차에 나섰다가 세 차례 유찰됐으며, 4차 입찰 공고를 내고 매수자 물색에 나서고 있다.7733억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하루 이자만 4000여만 원을 도내 혈세로 지출하는 알펜시아가 처해진 상황을 감안할 때 주요 간부들의 행동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hrp11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