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손보기 나선 정부…"보험료 오르면 의사만 돈 번다"

‘건강보험 비급여관리 정책 연구’ 총괄 책임자 정형선 교수

기사승인 2021-02-08 04: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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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가격의식’ 낮추는 실손보험 문제 심각

“보장률 70% 목표 잊어야…급여화 함부로 하면 의료비만 상승”


비급여 손보기 나선 정부…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연구’ 총괄 책임자다. 그는 실손보험, 잘못된 급여화 정책으로 국민들의 가격의식이 저하돼 의료비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공보험 영역을 침범하는 ‘실손보험’을 개편해 국민에게 의료비용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비급여의 급여화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는 풍선효과로 의료비 규모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종합대책 관련 정책연구 총괄 책임자로, 종합대책에 담긴 ▲합리적인 비급여 이용 촉진 ▲적정 비급여 공급기반 마련 ▲비급여 표준화 등 효율적 관리기반 구축 ▲비급여관리 거버넌스 협력 강화 등 총 4개 분야의 12개 주요 추진과제 발굴 및 정책 반영에 관여했다. 

정 교수는 실손보험을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실질적 의료비 부담률이 계속 증가하게 될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이 전 국민을 공보험이 커버하는 상황에서 민영보험은 보충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선택적 성향이 강한 비급여 부분들을 관리하는 게 민간의 역할”이라며 “문제는 보충적 성격의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보 적용으로 낮아진 의료비에 실손까지 청구할 수 있으니 환자들의 가격의식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인데 환자의 비용의식마저 없으면 의료 오남용이 심각해진다. 의료이용이 늘어나면 최종적으로 돈을 받는 사람, 즉 의료제공자는 돈을 벌지만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는 적자가 난다. 그걸 메꾸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면 결국 환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십 수 년간 급여항목을 보장하던 상품들까지 개편하긴 어렵더라도 새로 나올 보험 상품에 대해서만큼은 ‘비급여’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며 “민영보험은 금융위원회가 관리하지만 공보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건복지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환자들이 비용과 문제의식을 가져야 비급여 풍선효과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급여 풍선효과란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급여가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건보 보장률이 지체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며, 대표적으로는 최근 논란이 된 백내장 수술의 ‘다초점렌즈’ 사례가 있다. 정부가 수술 검사비를 급여화하기 전에는 대략 비급여 초음파검사 200만원+다초점렌즈 280만원으로 총 480만원의 금액이 발생했는데, 현재는 초음파검사 본인부담이 50만원으로 낮아진 만큼 다초점렌즈가 100~150만원씩 올라 총 환자 부담은 같은 상황이다.

정 교수는 “환자의 본인부담이 낮아지면 다른 비급여 가격을 높여도 환자는 같은 금액을 지불하게 되니까 공급자들이 그것을 쉽게 권유할 수 있는 것”이라며 “풍선효과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정부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시장에서 환자, 의료소비자가 문제의식을 갖고 함께 해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는 급여화를 하더라도 예비급여(의학적 필요성은 있으나 비용 효과성이 낮은 비급여를 본인부담 차등화를 통해 예비적으로 급여화) 형태로 본인부담을 50~90%로 유지해서 풍선효과의 여지를 줄이고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비급여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정 교수의 입장이다. 비급여는 시장에 맡겨 가격이 조정되도록 기다리고, 적절한 시점에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비급여 가격은 건강보험에서 설정(통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시장 기능이 작동하는 분야다. 다만, 안전성 문제 때문에 보건의료 제공체계를 관장하는 정부가 개입하고 면허 등 자격을 가진 사람들만 취급하게 하는 것”이라며 “의료기술의 안전성, 유효성 확보를 위해 진료코드를 부여해서 관리하는 식의 정부 규제는 정당화되지만 가격설정까지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시장에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급여화의 시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임플란트의 경우에도 건강보험에서 급여 결정을 한 시점에서 보면, 사실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고 실제로 더 낮게 받는 경우도 있었다”며 “차라리 조사된 최저 가격에 맞추어서 참조가격을 설정하고, 원하는 사람만 그 이상의 가격을 전액 본인부담으로 내게 해서 가격인하와 보험급여화의 두 효과를 추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설명의무화’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받는데 가격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 사전에 의료서비스 가격을 알리지 않는 나라는 어느 곳도 없다”며 “이는 비급여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급여건 비급여건 최소한 어떤 항목에 대해 얼마를 받았는지 환자도 공적기관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비급여 손보기 나선 정부…

아울러 정 교수는 무조건적인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료비 규모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보장률 70%’에 연연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보장률을 높이려면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전체 의료비 규모가 큰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총 진료비는 103조3000억원이었으며, 이 중 건강보험자 부담금은 66조3000억원, 비급여 진료비는 약 16조 6000억원 발생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보장률은 64.2%다. 

그는 “분모(전체 의료비)가 큰 상황에서 보장률을 높이려면 분자(건강보험 재정)에 엄청난 돈을 퍼부어야 한다. 보장성강화 대책이 처음 시작된 2005년 보장률이 61.8%였는데 그때보다 수십조원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된 현재 64.2%”라며 “건보 재정은 건보료로 충당된다. 즉, 그만큼 보험료를 올려 국민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장률 70%가 좋은 것도 아니다. 민간이 90% 이상인 의료제공체계에서 보장률을 무리하게 높이면 그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풍선효과 등으로 병원만 돈을 벌게 된다”며 “하지만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또 보장률을 가지고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이를 더 강조하다보면 의료비 규모만 키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에 있어 급여화하는 것은 맞지만 그만큼 본인부담률을 높여 비용의식을 주고, 필수성이 적은 진료는 자유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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