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도시재생이라더니 벽화가 전부”…커지는 공공재개발 요구

1차 공모 탈락 고배...3월 예정 2차 공모 결과 발표에 희망
“도시재생 프레임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기사승인 2021-02-09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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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더니] “도시재생이라더니 벽화가 전부”…커지는 공공재개발 요구
▲서울 용산 서계동.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제대로 된 도로가 없다. 도시재생이랍시고 벽화 그리고 목공소 입점 시키는 게 전부였다. 살고 있는 대부분이 어르신들인데 스스로 집을 고치란 소리냐”

“도시재생사업지라는 이유로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모든 게 막혔다. 노후화만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공공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면서 거기에 희망을 갖고 있다”

서울시 중구 서계동 지역 주민들이 최근 정부의 공공재개발‧재건축사업 참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계동은 과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주도 하에 도시재생사업지역으로 선정됐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당시 벽화그리기 등에 예산이 쓰이면서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지역 노후화만 더욱 심각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봤더니] “도시재생이라더니 벽화가 전부”…커지는 공공재개발 요구
▲서울 용산 서계동 통합개발추진협의회. 사진=안세진 기자

정부가 최근 주택공급방안의 일환으로 공공정비사업을 발표한 다음날인 5일 쿠키뉴스는 서울의 대표 판자촌 중 하나인 용산구 서계동을 방문했다. 용산구 서계동은 서울역 서부역에서 마포구 공덕오거리 방면에 펼쳐진 산동네다. 해당 지역은 서울 내에서도 몇 남지 않은 판자촌 밀집 지역 중 하나다. 골목은 좁고 주택은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었다. 경사가 가파른 골목 곳곳에는 전날 내린 눈이 아직 얼어있어 발걸음을 내딛기 조심스러웠다.

서계동은 지난 2007년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되며 재개발 바람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뉴타운에서 해제됐고 2017년부터는 주거환경 개선 위주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가를 돌아본 뒤 서계동 통합개발추진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협의회는 지역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된 그날을 후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날 이후 서계동에는 모든 개발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고(故)박원순 서울시장과 당시 SH공사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도했다. 도시재생구역마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기반시설 등 주거환경 개선보다는 주로 벽화그리기나 지원센터건립 등에 예산이 쓰이면서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한 개선이나 변화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봤더니] “도시재생이라더니 벽화가 전부”…커지는 공공재개발 요구
▲서울 용산 서계동. 사진=안세진 기자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당시 서울시가 도시재생이라고 하면서 이곳에 목공소를 들였다. 목공소를 통해 노후화된 집을 고치는 교육 등도 하고 그랬다. 근데 과연 주민들이 직접 수리를 하는 일이 얼마나 있었을 거 같나”라며 “이곳엔 대부분이 어르신들이 거주한다. 이분들이 직접 집수리를 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벽화 그리고 직접 집수리하게끔 목공소를 들이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 이후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이 모두 막혀버렸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의 공공재개발 1차 공모 사업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주민들은 현재 오는 3월 예정된 2차 공모 결과 발표에 희망을 걸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시행자가 공적 지원을 받아 장기 정체된 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이다. 시행자는 분양가상한제 제외, 사업비 융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받는 대신 조합원분을 제외한 나머지의 50%를 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당초 서계동 지역 주민들은 역세권청년주택 사업 공모를 준비 중에 있었다. 도시재생에 묶여 이뤄지지 않는 개발을 해당 사업을 통해서라도 진행시키고자 한 것이다. 주민 동의서를 모으던 중 지난해 정부의 공공재개발 사업 공모가 시작됐고 해당 사업 공모에도 지원하게 된 것. 이를 통해 서계동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는 실효성 없는 도시재생사업의 민낯을 공개하고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비사업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가봤더니] “도시재생이라더니 벽화가 전부”…커지는 공공재개발 요구
▲서울 용산 서계동 모습. 사진=안세진 기자

실제 이번 서울지역 공공재개발 공모에는 서계동 외에도 창신동, 숭인동, 가리봉동 등의 도시재생사업지구들이 대거 참여했다. 비록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공모를 발표하며 예산의 중복집행을 금지하고 정책 일관성 유지, 도시재생 사업 찬성 등의 이유로 도시재생지역의 공공재개발은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들 지구는 이에 반발하며 자체적으로 주민동의서를 모아 참여의사를 비추고 있다.

서계동 재개발추진 준비위원회 윤희화 위원장은 “현재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공재개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현재 50%에 육박한 수준”이라며 “안타깝게 1차 공모에서는 떨어졌지만 이번 공모에서는 합격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법을 상위법으로 올려놓고 그 아래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이 있다. 도시재생 프레임에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토로했다.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