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성 노리는 의협회장 자리, 누가 나설까

최대집 의협 회장 임기 마친 뒤 제도권 정치 도전 선언…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감소세

기사승인 2021-02-17 05: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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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성 노리는 의협회장 자리, 누가 나설까
지난해 8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 보건의료정책을 반대하는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본격화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대집 회장은 현재 임기를 마친 뒤 국회의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혀 차기 의사협회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8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차기 의협 회장 선거 불출마 선언과 함께 국회의원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의료계 투쟁 당시부터 의협 회장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올해 4월30일 임기가 끝나면 5월부터 제도권 정치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은 투쟁의 진정성을 보이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최 회장은 아직 염두에 두고 있는 출마 지역구나 소속정당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7명의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입성했던 것에서 20대 3명, 이번 21대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이용빈 의원 2명으로 갈수록 의사 출신의 국회 입성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의협회장 출신 국회의원은 4선의 국민의힘 신상진 전 의원뿐이다. 신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의협 회장의 국회 입성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와의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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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며 거리에 나선 의사들. 

◇의사단체-정부 갈등 20년 넘게 이어져

의사단체는 지난 2000년부터 정부와 갈등 관계를 유지해왔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전국 병·의원은 대부분 휴진하고 전공의들이 투쟁의 중심에 서서 의약분업 폐기를 촉구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진료와 처방은 의사가, 의약품 조제는 약사가 담당하게 하는 ‘의약분업’ 도입을 주장했다. 의사단체는 1년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투쟁을 지속했지만, 2000년 8월 의약분업은 전면 시행됐다.

김재정 당시 의협회장이 집단 휴업 지시를 내리고 170개 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외에 전국 3000명의 의사가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기도 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병원 추진을 막기 위해 의사들은 다시 집단휴진에 나섰다. 2014년 3월10일 당시 노환규 의협회장은 전국의사총파업을 시행했다. 이들은 원격의료를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노 전 회장과 집행부는 회원들에게 집단휴진을 동참할 것을 요구한 혐의로 법정공방에 들어갔고 6년이 지난 지난해 3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0명 증원하고, 공공의대 설립 등의 계획을 발표하자 의료계는 다시 거리로 나섰다. 지난해 8월 전공의들은 무기한 집단휴진을 선언했고, 두 차례에 걸쳐 전국의사총파업을 진행했다. 최대집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는 9·4 의정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안정화 시기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집단행동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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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등 총 6명이 이번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섰다.

◇이번 의협 선거에 나선 이들이 내세운 공약은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 나선 임현택·유태욱·이필수·박홍준·이동욱·김동석(기호순) 등 총 6명의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 등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이와 함께 하나된 의협을 만들자는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강한 의협, 현명한 선택’을 슬로건으로 “협상 상대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을 대한변호사협회를 능가하는 전문가단체로 발돋움하겠다”며 “의사집단의 정치력을 높이고 전략적이고 유연한 정치력을 발휘하겠다. 정치적 목적으로만 의사, 의료계를 짓밟는 세력은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전공의 임금 수준 2배 인상 ▲의사 회원 민생고 해결 ▲의료계 전체 파이 키우기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소청과의사회장을 맡아 3연임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는 97%의 지지를 받았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대화합을 통한 최강 의협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출마의 변에서 “의료계가 하나가 되고 최강 의협이 돼야 한다”며 “의협이 정부에 전문가로서의 파트너 역할을 충분히 하고 정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 의료계의 대화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박 회장은 현재 의협 부회장,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장, 의협회관 신축추진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패싱되고 있는 의협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며 ‘원팀 의협’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의협을 하나로 화합시킬 수 있는 화합형 리더가 필요하다. 모든 회원을 아우르는 탕평책 집행부를 구성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 회장은 유튜브와 SNS 채널 등을 통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폐색 환자 사망으로 구속된 내과 의사 석방 촉구,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계획 중 환자경험평가 반대 등을 주장하며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회원소통시스템의 정비, 인적 쇄신 구조조정 등으로 회원의 의견이 결집해 참여회무, 소통회무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연금 신설 ▲병·의원 세제혜택 ▲의협 최소위원회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가정의학과의사회장 회무를 이끌고 있고, 의협 회장 선거 출마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인 조모씨의 의사면허를 정지해달라고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지난해 의료계 총파업에 대해 “의협은 전략과 전술이 부족했다. 의대생은 버려졌고, 파업을 주도했던 젊은 의사들은 분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국가책임제 도입 ▲불합리한 의료정책 수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회원 고충민원처리센터 전국 확대 ▲의협 회비 30% 인하 ▲수가체계 전면 재정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의협 비대위 사무총장으로 문재인 케어 저지 투쟁을 전면에서 이끌었던 경험, CT 환수 사건에 휘말린 전국의 수많은 회원들의 형사 사건을 무혐의로 이끌고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경험 등이 있다”며 “계획성 있는 진정한 투쟁을 통해 의료계의 희망을 찾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1차 우편투표는 3월2일부터 19일, 1차 전자투표는 3월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얻은 후보자가 나오면 3월19일 바로 당선인이 결정되지만 그렇지 않게 되면 최다 득표자 두 명이 결선투표를 벌인다. 결선투표가 이뤄지게 되면 의협 회장 당선인은 3월26일 발표된다.

◇여당과의 소통도 필요

의협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당과의 소통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현재 의협은 야당과만 소통한다. 특이한 경우”라며 “정치적 진영을 고려할 때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우리도 노력해야 하지만, 반대 진영도 설득하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국민적 요구도 들어야 한다. 차기 집행부는 직능의 이해만 대변하지 말고 국민적 시각에서 소통했으면 한다.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가야지 담쌓고 있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상진 전 의원을 제외하고도 보건의료단체장을 역임하고 국회에 입성한 사례는 존재한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18대 국회에 입성하기 전 33~34대 직선제 대한약사회장을 역임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도 앞서 32~33대 간협 회장을 맡은 뒤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으며 이후 다시 간협 회장직을 맡고 있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