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요지경’ 강동구… 법규 위반하며 동료 구의원 징계

오준엽 / 기사승인 : 2021-02-25 05: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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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규칙에도, 행정해석도 없는데… 제명안 부결되자 징계수위 낮춰 재상정 후 의결
강동구의회, “타의회 사례와 운영해설집 따랐다” 해명… 서울시 어디에도 규정 없어

황주영 강동구의회 의장은 2일 본회의에서 동료 구의원 2명의 징계안을 상정, 처리했다. 사진=강동구의회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기초자치단체 의회의 전횡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의회는 동료의원을 어떻게든 징계하기 위해 부결된 징계안을 규정에도 없이 되살린 후 징계수위를 낮춰 결국 처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지난 2일 벌어졌다. 황주영 강동구의회 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2건의 징계안을 상정했다. 먼저 성매매 등 문란한 사생활 관련 의혹과 업무상 횡령문제가 불거지며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3선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인택 구의원의 제명안이 올랐다. 이후 징계당사자 2명을 제외한 16명의 구의원 중 12명이 찬성표를 던져 임 의원은 이날 제명됐다.

이어 17명으로 줄어든 구의회 의원들은 개인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상 구의회와 동료의원을 비난하는 글을 남기고, 현수막 등을 게시했다 합의하는 과정에서 훼손된 현수막 등의 비용을 받은 것으로 사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재선인 국민의힘 소속 신무연 구의원의 제명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결정족수인 12명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문제는 신 구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되자 방민수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출석정지 30일’의 징계안을 재상정해줄 것을 요청한데서 시작됐다. 지방자치법 제68조(일사부재의의 원칙)에 따르면 지방의회에서 부결된 의안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더구나 행정안전부는 ‘2020년 지방의회 운영 가이드북’을 통해 징계안의 경우 지방자치법 제86조 이하 징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징계요구가 있을 경우 의장은 지방자치법 제86조와 ‘지방의회 회의규칙’에 따라 징계사유 청구서를 받아 윤리특별위원회나 본회의에 징계안을 회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강동구의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2건의 동료 구의원 징계요구안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규정위반이 자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강동구의회

게다가 지난 2019년 10월 11일, ‘윤리특위에서 결정한 징계안을 본회의에서 부결할 경우 다른 징계가 가능한가’를 묻는 지방의회의 질의에 “지방자치법 제89조에 따라 징계와 관련해 법에 규정된 것 이외에 필요한 사항은 각 지방의회의 회의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며 “회의규칙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다.

행안부 행정해석과 지방자치법 등에 따라 회의규칙에 징계수위 변경에 관한 규정이 없는 강동구의회의 징계처분은 명백한 규정위반인 셈이다. 하지만 강동구의회는 이 같은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타 지방의회와 서울시의회의 의회운영해설집 등에 제명안 부결 시 징계 수위를 낮춰 징계를 한 사례나 이를 허용하는 설명이 존재해 이를 준용했다는 주장이다.

구의회 선형탁 의사팀장은 “서울시의회가 2018년 내놓은 ‘지방의회 운영에 절차와 실무’ 해설집에는 제명이 부결됐을 경우 지방의회 구성원이 그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 동의안을 발의해 동의가 있을 경우 징계안을 올릴 수 있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행안부의 행정해석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지방의회들도 이렇게 운영한 사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확인결과, 서울시 25개 자치구 의회 회의규칙에는 제명안 부결 후 징계수위 변경에 따른 재상정에 대한 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구의회가 근거로 제시한 서울시의회 해설집 안내사항 또한 지방자치법 제88조 2항을 법적 근거로 언급하고 있지만 부결 후 처리관련 내용은 지방자치법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법적 근거도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지방·기초자치단체가 운영되고 있었다. 심지어 서울시의회조차 이런 상황이면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고 놀라워하며 “지방자치시대라고 지방·기초 의회에 자율권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 앞서 제대로 된 견제나 감시기구의 구성과 규정 및 조례 정비가 선행돼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