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멋대로 지방의회… '감시 사각'에도 국회는 권한 강화만

기초·지방의회, 절차·규정·상식도 ‘나몰라라’식 마이웨이에도 견제는 사실상 ‘전무’
감사원은 행정절차만 대행위탁, 행안부는 자치권 존중만… ‘통제불능’ 상태 ‘인정’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우리가 어떻게?”… 의원눈치 보며 묵인하거나 ‘생색내기’만

기사승인 2021-03-01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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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제멋대로 지방의회… '감시 사각'에도 국회는 권한 강화만
한 지방의회 본회의 장면.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오는 4월 7일, 총 21곳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하지만 이목은 온통 국내 2대 자치단체인 서울과 부산에 집중돼있다. 나머지 19곳은 상대적인 관심의 사각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에 ‘기초·지방 선거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무용론의 근거가 되는 기초·지방의회의 폭주가 실제로 목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이자 종합판 격인 곳은 강동구의회다. 강동구의회가 자행한 위법적 행태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의 취재에서만 구의회 의원의 개인적 일탈을 제외하고도 4가지가 넘었다.

◇ 코로나 시국 외유성 나들이부터 적법절차 무시한 위법행위까지

작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된 11월 초·중순, 국민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구예산 심의까지 보름여 앞두고 구의원들이 ‘나들이’와 진배없는 외유성 단체 워크숍을 제주도로 다녀온 일이다.

당시 구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양분된 구의원들이 서로 대립을 거듭하고 있어 ‘화합’을 위해 워크숍을 강행했다고 해명했다. 일정에 대해서도 코로나19가 재확산돼 방문하려는 기관들의 거부로 일부 관광지가 포함될 수밖에 없었지만 ‘외유’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12월에는 위법행위가 포착됐다. 구청장에게 주어진 권한이기에 구의회가 할 수 없는 규칙개정을 안건으로 상정해 ‘강동구의회 사무기구 사무분장규칙’을 바꿔버린 것. 의회에서 일하는 별정직 공무원인 전문위원이 구의원의 민원처리 등 업무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강동구청장에게 귀속된 인사권을 무시하고 월권을 저지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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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의회 황주영 의장이 주재한 본회의에서 규칙개정안 의결을 선포했다. 사진=강동구의회

유사한 불법행위는 2월에도 있었다. 이번엔 동료 구의원을 처벌하기 위해 어디에도 규정을 찾을 수 없는 ‘징계안 축소 재상정’이라는 행동을 자행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초 ‘지방의회 운영 가이드북’에 적시한 행정해석 사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권고한 내용이었다.

두 사안에 대한 구의회는 답변은 대동소이하게 “타 자치구의 유사한 사례들이 있어 그대로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규칙개정을 주도한 진선미 구의원을 비롯해 구의회 의원들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답해 일련의 위법행위에 대해 자각조차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강동구의회는 지난 2019년 9월 감사원의 대행감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구민들의 혈세를 각종 명목을 적용해 ‘품위유지비’ 형태로 유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 소속 의회 사무국 공무원은 자신들의 개인비서나 보좌진처럼 일을 시키고, 윽박질렀다. 횡령과 일탈, 범법행위 의혹으로 송사에 휘말린 경우도 다수였다.

◇ 감사원도, 행안부도, 강동구청도 “손 쓸 도리가 없다”

강동구의회의 행태를 보다 못한 강동구민 일부는 구의회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공문서 위조의혹으로 재판을 받았던 방민수 의회운영위원장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을 때는 시민단체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사문제가 불거졌을 땐 규탄시위에 국가권익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강동구의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위법하게 바꾼 규칙은 바뀐 채로 적용되고 있으며, 방 위원장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겨 면죄부를 줬다. 심지어 개인 일탈로 문제가 된 임인택 전 의장을 제명시키는가 하면, 제명안이 부결된 신무연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방 위원장이 재발의해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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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민들의 모임인 강동연대회의는 지난해 12월 강동구의회 앞에서 의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딜라이브방송 화면 갈무리

구의회 소속 구의원들의 집단 세금유용에 대한 감사원의 환수조치는 10개월째 완료되지 않고 있고, 시민사회나 공무원노조 등 외부의 비난은 한 귀로 듣고 흘리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언론의 문제제기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거나 거짓해명을 늘어놨고, 경우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거론하며 역으로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폭주를 막아설 곳은 없었다. 감사원은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비롯해 감사대상이 3만여 곳이 넘는데 감사원이 모두 감사를 하고 자료를 관리할 수는 없지 않냐”며 “해당 의회가 소속된 구청 등을 통해 대행감사를 진행하는 이유”라고 했다. 사실상 인력문제와 업무과중 등으로 직접적인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점을 자인했다.

대행감사를 진행하는 자치단체가 철저한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기초단체 감사실 관계자는 “예산집행이나 사무국 운영 등 의회 관련 행정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 대행감사 요구가 있을 경우에나 이뤄질 뿐”이라며 “기초의회가 단체의 감사와 견제를 하는 상황에서 역으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초·지방 의회를 포함해 자치단체의 운영 등을 지원·관리하는 행정안전부도 손을 놓기는 마찬가지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치권이 보장된 상황에서 기초·지방의회는 자치단체 내에서 국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중앙정부가 나서서 감독을 하기도 어렵고 견제는 힘들다. 지역 주민들과 언론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 제 식구 감싸는 국회… 시민참여 강화할 여건마련 ‘시급’

국회는 한술 더 떴다. 정치적 지지기반이자 동반자로 여기며 문제를 눈감아주거나, 나서서 무마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문제가 커져도 모양새가 안 좋다며 나서지 않으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역으로 ‘자치분권’이란 명분아래 기초·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며 힘을 실어주는 일들까지 벌이고 있다. 

[종합] 제멋대로 지방의회… '감시 사각'에도 국회는 권한 강화만
강동구의회가 본회의를 열고 동료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근거 없이 처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강동구의회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됐다. 여기에는 강동구의회에서 문제가 됐던 인사권을 구의회가 직접 휘두를 수 있도록 하는 권한강화와 개인 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확대방안 등이 포함됐다. 반면 기초·지방의회의 폭주를 막을 방안으로는 주민소송 및 감사청구 등이 보장됐지만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말이 좋아 주민청구고 주민소송이지 일개 개인이 기초단체나 의원을 상대로 소송과 청구를 하기가 쉽겠냐. 선언적 의미 말고 실현될 여지는 적다.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서 “지자체장과 의회에 더 큰 권한을 주는 만큼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별도로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전문가도 “분명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은 ‘주민참여’라는 개념을 접목하며 진일보했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점이나, 뒷받침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점은 추가 개선 사항”이라며 “광역시·도 단위에서는 그나마 균형과 감시, 견제가 작동하는 편이지만 기초단체로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한탄했다. 

이어 사견을 전제로 “정치권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솔직히 다들 자기 사람이거나 정치적으로 개인적으로 연결된 이들인데 누굴 탓하고 문제 삼겠냐. 차라리 권한을 더 강화시켜주고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할 것”이라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게 아니라 시민참여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식으로 제도를 근본부터 다시 설계해야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오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19곳 중 보궐선거는 13곳 재선거는 6곳이다. 보궐선거는 역할을 수행하던 단체장 또는 의원의 사직 또는 사망, 피선거권상실에 의한 경우, 재선거는 선거법에 따른 당선무효 결정이 내려진 경우 진행된다. 단체장 재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은 울산 남구와 경상남도 의령군 뿐이다.

시·도의회 의원 재선거가 진행되는 곳은 서울시 강북구와 충청북도 보은군, 경상남도 고성군이다. 구·시·군의회 의원 중 재선거는 충청남도 예산군이 유일하다. 서울·부산시장을 제외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은 모두 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로 서울시 영등포구·송파구,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기도 구리시·파주시, 경상남도 의령군(도·군의원 각 1명)·함안군·함양군, 전라북도 김제시, 전라남도 순천시·고흥군·보성군이다.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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