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퇴에 정치권 들썩…與 "정치 행보" vs 野 "정권심판"

尹 "어떤 위치에 있든 국민 보호 위해 온 힘 다할 것"
윤석열 사의 표명 1시간 만에 문대통령 즉각 수리

기사승인 2021-03-05 06:32:03
- + 인쇄
윤석열 사퇴에 정치권 들썩…與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반발해 끝내 사퇴했다. 오는 7월24일 임기 만료를 142일 앞두고다.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온 윤 총장이 직을 내려놓으면서 여야 정치권은 4·7 재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에 미칠 파장을 놓고 계산이 분주한 모습이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15분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이다.

자연인이 된 윤 총장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계 진출설이 나온다. 

이날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한 말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명시적으로 징계 진출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향후 정치 참여 가능성을 열어 뒀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의 사퇴에 정치권은 온종일 요동쳤다. 당장 한 달여 앞둔 4·7 재보궐선거에 윤 총장이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범야권 유력 주자인 윤 총장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정권 견제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권 주자와 함께 차기 대선 여론조사 3위 안에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지지율로 윤 총장에게 필적할 인물이 마땅히 없는 야권 입장에선 그의 정계 입문 전망에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추미애 전 장관과 윤 총장 갈등,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파동 등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으로 적잖은 내상을 입은 여당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사퇴에 정치권 들썩…與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의 사퇴를 정치행보로 보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왔다"면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윤 총장 사퇴는 야당발(發) 기획 사퇴"라며 "오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막 정해지자마자 돌연 사퇴 발표를 한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임과 동시에 이슈를 집중 시켜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의 기획을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도 SNS에 "윤석열의 정치 참여 선언문"이라며 "이제 누구 만나고 어딜 가고 인터뷰하고 그렇고 그런 수순을 밟아 나가겠다. 참 염치없고 값싼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사퇴에 정치권 들썩…與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야당은 정권심판 프레임을 띄웠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나와 국민의힘은 문정권(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심판하겠다는 윤석열에게 주저 없이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의 입당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본인의 뜻과 상황에 달린 것 같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상식과 정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 온 윤 총장님 그동안 수고하셨다"며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총장님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했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