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 혁신과 공정 사이

기사승인 2021-03-12 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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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 혁신과 공정 사이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코로나19라는 사건을 기점으로 금융업계는 디지털·비대면 전환에 힘쓰고 있다. 이같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금융당국은 규제완화 등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을 비롯해 보험업권 등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인해 핀테크 업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 회장은 대체로 현안 질의에 대해 차분하게 답변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필두로 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서 만큼은 “금융당국이 디지털금융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업권간 공정 경쟁과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디지털 금융혁신 정책이 역차별을 초래하고 빅테크의 금융지배가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핀테크 편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금융그룹감독법(금융복합기업집단에 대한 법률 시행령) 관리 감독 대상에 카카오와 네이버가 제외되면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으며, 최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도 ‘네이버 특혜법’이라고 금융노조가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금융산업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나타나지 않도록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물론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금융업계는 큰 변혁을 맞이했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후불결제가 가능해지고, 비대면 계좌개설을 비롯해 오픈뱅킹·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등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 증진에 큰 기여를 한 것도 맞다.

하지만 ‘혁신’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금융이라는 미답지를 개척하는 것은 핀테크와 금융권 모두가 마찬가지인 상황 아닌가. 기울어진 운동장 속 만들어진 ‘혁신’은 역차별 논란이 일어나며 끊임없이 견제받고,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사와 빅테크 간 역차별을 해소해달라는 금융권의 호소에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세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정한 환경 속 만들어진 ‘혁신 금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금융당국도 알고 있는 것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chobits309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