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차 언론인이 만난 22명의 인생 이야기 ‘세상은 맑음’ 출간

세계일보 박태해 문화체육부장, 22명의 인터뷰이 인생 이야기 담아

기사승인 2021-03-25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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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차 언론인이 만난 22명의 인생 이야기 ‘세상은 맑음’ 출간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 문화선임기자가 인터뷰이로 만난 22명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책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인생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겼다.

29년차 언론인인 박태해 세계일보 문화체육부장이 만난 22명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세상은 맑음(W미디어)’가 최근 출간됐다.

박태해 부장은 세계일보에서 사회‧문화 분야 일을 주로 했으며, 2013년부터 문화부장, 선임기자, 사회2부장, 논설위원, 문화선임기자를 거쳤다.

저자가 만난 인터뷰이들로는 우리나라 최초 휠체어 장애인 대학생이자 최초 휠체어 방송인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회장, 안면윤곽수술 최고 권위자이자 해외에서 의료봉사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 ‘흙수저 신화’로 불리는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국민 MC’ 송해, 과학계의 유리천장을 깬 이로 유명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이다.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저자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절망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면서, 자신 또한 한때 이런 불안감과 함께 “헛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무얼 해도 재미가 없었다고 전한다. 이 책의 출발이자, 저자가 문화선임기자로 만난 22명 삶의 이야기의 시작이다.

저나는 문화선임기자로 ‘나의 삶 나의 길’이란 인터뷰를 진행하며 대학 총장, 병원장, CEO, 화가, 의사, 사회단체 대표, 연예인 등 많은 인사를 만났다. 누가 봐도 ‘성공한’ 이들이지만 그들 역시 “좌절과 분노, 열등감, 회한에 몸서리를 치는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찰리 채플린의 말을 실감케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노력과 절제와 인내로 자신 앞에 닥친 크고 작은 고비를 넘겨왔고, 그리고 봉사로, 예술로, 양보와 나눔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꾸미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이 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따뜻하고, 맑고 희망적이다. 

이 책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거의 3년간 문화선임기자인 저자가 인터뷰이로 만난 22명의 걸어온 길과 삶을 담고 있다. 각자의 글 시작 페이지에 인터뷰 당시의 소속과 직책, 신문에 실린 날짜를 확인할 수 있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휠체어 장애인 대학생, 최초의 휠체어 방송인이다. 지체장애 1급인 그는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와 왼팔을 못 쓴다. 그나마 온전한 오른손 기능도 40%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늘 웃는다. 어릴 적 어머니가 “너 같은 장애아를 보면 사람들이 불쌍해하며 불편해한다. 그런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웃어야 한다’고 웃는 연습을 시켰다”는데 본능이나 다름없는 미소는 그의 심벌마크가 됐다.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없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장애인 누구라도 노력하면 주류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날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은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40대 초반, 잘 나가던 의과대학 교수직을 내던지고 돈이 안 되는 심장병원을, 그것도 서울이 아닌 경기도 부천에서 열어 30여 년간 심장이란 한 우물만 파서 대표적인 심장전문병원으로 키웠다. 그는 단순한 병원 경영자에 머물지 않고, 국내외를 합쳐 2만5000여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무료 치료하며 인술(仁術)을 실천해왔다.

흙수저 신화로 불리는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은 방송대 출신 최초의 모교 총장이 된 인물로 졸업생 67만 명, 재학생 11만 명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다, 뒤늦게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방송대에 진학한 자수성가의 전형이다. 그에게선 폐목강심(閉目降心),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내공이 묻어난다. 

국민 MC 송해 선생은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어디를 가나 항상 나이를 내려놓는다. ‘전국노래자랑’ 30년을 하면서 연출가 300여 명을 겪었지만, 그들에게 맞추고 양보해왔다 한다. “90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 버렸다. 하루하루가 금쪽같아요. 다들 양보하고 웃으며 사세요. 싸울 일이 있어도 피하세요.” 그가 말하는 영원한 현역의 비결이다. 

기생충학자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은 “세상은 넓고 연구할 기생충은 많다”를 모토로 왕성한 활동을 자랑한다. 세계기생충학자연맹(WFP) 회장이기도 한 그는 50년간 기생충 연구와 교육, 국제교류에 헌신한 인물이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고희를 넘긴 나이임에도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팬데믹과 문명> 등 역저를 내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자랑한다. 나이를 잊은 집중력이 놀랍다. 

지루한 업(業)을 예술로 만든 이도 있다. 김한겸 고려대 병리과 교수는 온종일 현미경만 들여다봐야 하는 병리의사란 직업이 갑갑하고 힘들었지만 오히려 역발상으로 그 일을 재미로 만들게 한 기막힌 아이템을 찾아냈으니, 인체의 병든 조직에서 예술 작품을 발견하는 일에 매료돼 현미경 사진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전문직업인의 봉사정신을 실천하는 글로벌 명사다. 안면윤곽 수술 최고 권위자인 그는 1996년부터 매년 베트남을 찾아 태어날 때부터 구순(입술이 갈라지는 병)이나 구개열(입천장이 갈라지는 병) 등의 얼굴 기형으로 웃음을 잃은 어린이들에게 24년째 무료수술을 해주고 있다. 베트남 의료계에선 박항서 축구 감독보다 유명하다. 

저자는 “인터뷰이로 만난 한 분 한 분이 모두 혼탁한 세상을 맑고 따뜻하게 하는 이들이다. 모두에게 감사하며, 바라는 바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향기를 뿜으며 주변에 위안과 희망 주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작은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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