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뿔 면접에 '피꺼솟'하는 구직자

기사승인 2021-03-31 17:09:37
- + 인쇄
[기자수첩] 개뿔 면접에 '피꺼솟'하는 구직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채용과정에서 절대적 '을'의 위치인 구직자는 불쾌한 질문에도 반박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전대미문의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채용시장에서 어떻게든 일단 취업은 하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면접은 곧 먹고사는 생존으로 귀결돼 구직자는 한 시간 남짓한 면접 시간 동안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모 대기업 용역업체인 '아이비에스인더스트리' 면접관이 구순구개열을 지닌 구직자에게 대놓고 '언청이세요!'라며 외모를 비하한 사건이 있었다. 더욱이 이 면접관은 업무상 밝은 인상을 줘야 하는데 이 구직자는 구순구개열 수술 자국으로 밝은 인상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했다.

해당 구직자는 면접관 발언에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사람들이 너를 맞춰주느라 그랬을 것이다"는 비아냥이었다. 이 면접관이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당신 같은 구순구개열을 가진 사람은 뽑지 않을 것이며 이미 외모에서 채용 선발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정도로 충분히 해석이 가능했다.

이런 사실은 해당 대기업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가 들어가자 아이비에스인더스트리는 해당 기업을 통해 면접자를 불러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며칠 후 해당 구직자에게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구직자는 "해당 업체 대표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로했고 대안을 찾아 공평하고 정당하게 면접을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교육을 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언론에 알려져 다시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깊은 의심이 들었다. 외모를 비하했던 당시에는 문제 인식이 전혀 없다가 취재가 들어가니 그제야 잘못을 인정하고, 공평하고 정당하게 면접을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겠다는 말이 너무도 틀에 맞춘 듯했다. 마치 이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탕발림'한 것은 아닌지 불쾌함 마저 들었다.

해당업체가 구직자에게 약속한 공평하고 정당한 면접을 볼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고 있는지 아니면 적어도 구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확인 할 수 없었다. 이유는 담당자 부재.

해당업체 관계자는 "인사담당자가 많고 지금은 모두 자리를 비워 확인해 줄 수 없다. 휴대전화번호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고 해당 면접을 담당한 분은 한분인데 자리에 없어 통화할 수 없다"고 했다.

취업포털에서 구직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 후 기업이미지 변화 조사에서 10명중 6명꼴은 면접 후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면접관의 태도가 가장 많았다. 

면접은 구직자의 얼굴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면접은 기업이 구직자를 평가하는 수단인 동시에 구직자에게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굳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구직자가 면접장을 나서는 순간 그 기업의 잠재적인 고객이자 감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eunsik8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