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4·3은 현대사 최대비극…진상규명 등 책임 다할 것” [전문]

“4·3특별법 개정, 21대 국회 최대 성과”

기사승인 2021-04-03 11: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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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4·3은 현대사 최대비극…진상규명 등 책임 다할 것” [전문]
연합뉴스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오늘은 제주 4·3사건 73주년이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충돌과 토벌대 진압과정에서 도민 다수가 희생당한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은 국민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 최대 비극”이라며 “진상을 규명해 피해자 명예를 회복하고 합리적인 보상으로 국가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여야 합의로 완성된 4.3 특별법 개정은 21대 국회 최대 성과라고 칭찬했다.  

다음은 추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73주년 4·3 희생자 추념일 제주 전역에 봄비가 다녀가고 있습니다.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아픔이 비와 함께 씻기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도 함께했습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공식 추념식 참석은 사상 처음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첫걸음인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군과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께서 포용과 화합의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국가가 국가폭력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유가족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기를 바라며 국민과 함께 4·3 영령 안식을 기원합니다.

오늘 4·3 특별법 개정을 보고드릴 수 있어 매우 다행입니다.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국가폭력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았습니다.

특별법 개정으로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찾게 됐습니다.

제주도민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 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 자리를 되찾을 것입니다.

이번에 개정된 특별법은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입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정부는 4·3 영령들과 생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섬세하게 다듬고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걸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4·3에는 두 개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국민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 최대 비극이 담긴 역사며 평화와 인권을 향한 회복과 상생 역사입니다.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 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습니다.

그러나 4·3은 대립과 아픔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제주도민은 서로를 보듬고 돌보며 스스로 힘으로 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화해 정신으로 갈등을 해결하며 평화와 인권을 향해 쉼 없이 전진했습니다.

가재도구조차 남김없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이웃 마을 도움으로 품삯을 얻어 생계를 이어나가고 목수를 빌려 새로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는 가까운 친척과 이웃이 키웠고 나무하기, 밭갈기, 제사와 결혼식, 학교 세우기 같은 큰일은 마을이 함께 힘을 모아 치렀습니다.

육지로 떠난 이도, 심지어 타국으로 떠난 이도 물건과 돈을 보내 고향 사람을 도왔습니다.

상생 정신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웠고 마침내 4·3 진실을 깨울 수 있었습니다.

반세기 만에 금기를 풀고 김대중 정부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건 용기를 낸 증언과 행동이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정부 차원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고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과거 국가 권력 잘못을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정부에서 4·3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이웃과 함께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 제주도민과 국민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4·3 특별법 개정 역시 4·3을 역사 제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해 모든 산 자들이 서로 손을 잡았기에 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을 포함한 124개 기관과 단체, 종교계, 학생, 정당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제주도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4·3 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을 출범시켜 힘을 모았습니다.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 협의회,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가 특별법 개정 한 목소리를 냈고 전국 시도의회도 촉구결의안을 채택해 제주도민 염원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국회도 여야 없이 힘을 모았습니다. 

4·3 특별법 개정이 여야 합의로 이뤄진 건 21대 국회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주신 각계각층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이번 특별법 개정으로 1948년과 1949년 당시 군법회의로 수형인이 됐던 이천오백서른분이 일괄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렸습니다.

이미 2019년과 작년, 두 차례 재심으로 생존 군법회의 수형인 스물다섯 분이 무죄선고를 받고 70년 세월 덧씌워진 굴레를 벗으신 바 있습니다.

지난달 16일에는 행방불명 수형인 삼백서른세 분과,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두 분이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살인적 취조와 고문을 받은 뒤 이름만 호명하는 재판을 거쳐 죄인 낙인이 찍힌 채 살아온 70여년, 어린 소년들이 아흔 살 넘은 할아버지가 돼서야 비로소 무죄라는 두 글자를 받아안게 됐습니다.

가족을 잃고, 명예와 존엄, 고향과 꿈을 빼앗긴 이천백예순두 분 특별재심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한 분 한 분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으로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 책임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지나간 설움을 다 풀어낼 수 없겠지만,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배상과 보상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도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유가족이 많습니다.

며칠 전 가시리에서 유해를 발굴한 세 분을 포함해 지금까지 유해로 돌아오신 사백여덟 분 중 이백일흔다섯 분은 아직까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유해 발굴 사업과 함께 유전자 감식을 지원해 반드시 고인을 가족 품으로 돌려드릴 것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4·3트라우마센터가 시범 운영되고 있고 개소 9개월 만에 만이천여 분이 트라우마센터를 다녀가셨습니다.

희생자 어르신과 유가께서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꺼내놓고 혼자 안고 살아야 했던 응어리를 풀어가신다니 늦게나마 보람 있는 일입니다.

상처 입은 분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애써주신 제주 4·3평화재단과 4·3트라우마센터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법률이 제정되는 대로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하고 많은 분들 아픔이 온전히 치유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4·3 평화공원 내 기념관에는 여전히 이름을 갖지 못한 백비가 누워있습니다.

제주도에 일흔세 번째 봄이 찾아왔지만 4·3이 도달해야 할 길은 아직도 멀리 있습니다.

비어있는 비석에 어떤 이름이 새겨질지 모르지만 밝혀진 진실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되찾은 명예는 우리를 더 큰 화합과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이끌 거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마침내 제주도에 완전한 봄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서로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읍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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