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열여섯의 책임, 직업계고①]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아이들

기사승인 2021-04-05 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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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열여섯의 책임, 직업계고①]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아이들
서울의 한 직업계고등학교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그냥 아이 가정사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교육부 관계자는 담담히 답했다. 지난해 4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졌던 시기. 학생이 학교에서 합숙 훈련을 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북 경주시 한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고(故) 이준서군이다. 이군은 기능반에서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했다.

이군 사망 후 기능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학교는 여전히 기능반을 운영했고, 학생들은 대회에 나가 메달을 땄다. 기능대회 메달은 개인의 영예이자 교사의 실적이었다. 학교의 예산이기도 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가 속한 직업계고는 공업, 상업, 농업, 서비스업 등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실업계고로 불리던 과거에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했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졌다. 직업계고가 가진 폐단은 기능반만이 아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도제학교’, ‘현장실습’ 제도를 통해 졸업 전부터 취업 전선에 나간다. 학생의 적성이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수요다.

전자상거래를 공부한 학생이 현장실습 나간 곳은 한 외식업체. 애견미용을 배운 또 다른 학생은 콜센터에 실습을 나갔다. 이들 모두 현실의 압박과 고통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생들은 직업교육을 받았지만, 기업은 고졸을 원치 않았다. 취업을 위해 대입 준비를 해야 했다. 운 좋게 취업했어도 편견과 차별에 시달렸다. 모순의 굴레 속, 어른들의 무관심에 있던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혼자였다.

얼마나 많은 아이가 다치고 숨져야 할까. 쿠키뉴스 특별취재팀은 앞으로 닷새간 교육부와 학교, 기업체들이 학생을 일회용 노동력이나 취업률로 취급하는 실상을 고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중등 직업교육 전반의 문제를 살피고 직업계고 아이들이 어떠한 교육을 받는지,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어떠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지 담을 예정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직업교육의 문제를 직시하고, 어른의 역할과 책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얼굴도 모르는 죽은 친구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용기가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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