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사회 복지현장서도 드러난 가증스런 '도덕적 해이'

입력 2021-04-08 2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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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역사회 복지현장서도 드러난  가증스런 '도덕적 해이'
오명규 기자.

한쪽이 상대를 완벽하게 감시할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때, 정보를 가진 쪽이 정보를 지니지 못한 쪽에게 손해끼치는 행동을 하는 현상을 우리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말한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 현상은 선거 국면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공재를 이용 하려는 일부 선출직, 공익적 목적의 통합보육시설의 정보망을 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드러난다. 개인의 이득을 취해 보려는 일부 몰지각한 시설 원장의 일탈 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사며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올해 보조금은 100조를 넘을 전망이다.  '눈먼 돈' 빼먹기가 급증하고, 부정수급 적발이 작년 600건을 넘었다고 한다. 취업한 상태서 실업급여를 받는 등의 문제가 많아 국가의 보조금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사례를 보자. 어느 지역의 한 보육시설 A어린이집은 있지도 않은 아동과 보육교사를 등록해 지난해 약 1,6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아동 1명당 47만원을 지급받는 정부지원 보육료와 보육교직원 보조금을 원장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또, 한 단체는 출근 중인 직원을 휴직자로 속여 신종 코로나19에 따른 유급휴직 지원금인 고용유지 지원금을 1억원 넘게 받아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현금성 보조금은 대폭 증가했다. 이에 비례하여 보조금의 부정수급 사례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에 의하면,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2016년 214건, 2017년 234건, 2018년 492건, 2019년 546건 등으로 급증했다.

작년엔 612건이 적발됐다. 4년 동안 2.8배가 증가했다. 작년에는 이틀에 3건씩, 매달 51건의 보조금 부정수급이 적발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사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충남 공주의 한 보육시설에서 보조금 등을 운영 관리하는 A어린이집 원장이 통합보육정보시스템을 모 정당의 정당 활동에 이용했다 들통났다. 정치적 목적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 시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도덕적 해이의 한 사례인 것이다.

내용인 즉슨, 모 정당의 지방 도의원과 시의원의 부탁으로 '당원 모집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보낸 것이다.

이후 논란이 일자 협조문을 급히 삭제했다고 한다. 이렇게 공적인 업무를 수임받아 수행하는 원장의 처사는 분명 지탄 받아 마땅하다. 이를 계기로 시청 등 관계 기관은 사회복지현장 전반에 걸친 철저한 지도감독 및 교육을 해야 한다. 또한, 예방적 차원의 운영시스템의 주기적인 감독과 감사도 요구된다.

이는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한 도적적 해이 중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싶다. 선거법의 위반까지 이르지 않는 사안이라고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행위 자체만으로 공정과 정의의 차원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은 보건복지부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위탁, 운영하는 공공목적의 보육에 관한 제반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커뮤니티 정보시스템이다.

전국의 어린이집 원장 4만여 명, 복지부, 지자체 보육 담당자 2천여 명, 유관기관업무담당자 8백여 명, 보육교사 1만 9천여 명이 보육에 관한 통합적인 정보를 이 시스템에서 제공받고 활용하는 공공의 공간 영역인 것이다.

이런, 공공의 영역인 ‘보육통합정보 시스템’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의 당원을 모집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사적인 용도로 활용하는 원장의 모습을 그려보며 "왜 그렇게 해야 했나?" 묻고 싶은 것이다. 씁쓸하고 안타깝다.

또, 이를 십분 활용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고상(?)한 발상들이 가증스럽기조차 하다.

비록, 원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급 삭제했다고 하나,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임에 분명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찌 보면 이 치졸한 사건을 돌아보며, 한국적 병폐, 이처럼 만연한 내로남불식 도덕적 해이가 어린이집과 복지의 현장에서 결단코 발붙이지 못하도록 바로 잡는 반면교사(反面 敎師)의 사례로 삼아야 한다.

실천가적 범시민 의식과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주의 정의를 바로 세워 나가야 하는 과제는 개인과 조직, 기관 등 하나하나에서 실천할 때 성취할 수 있다. 

mkyu102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