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눈치’ 국민연금, 주식 매도 멈춘다…“국민 노후자금 희생” 비판

기사승인 2021-04-10 13: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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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눈치’ 국민연금, 주식 매도 멈춘다…“국민 노후자금 희생” 비판
사진= 노상우 기자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중 상한선을 기존보다 1%p 높인다. 기존 계획 비율에 맞추기 위한 기계적인 주식 매도세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경제적 이해로 인한 반발에 전 국민의 노후자금 운영 전략을 신중하지 못하게 변경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9일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을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비율 수정에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현재까지는 국내주식 보유 비중 허용 범위가 목표치 16.8%의 ±2%였다. 이것을 ±3%으로 1%p 확대하면서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 배분 국내 주식 허용 한도는 14.8~18.8%에서 15.8~19.8%로 변경된다. 이번 규칙 변경은 기금운용에 곧바로 적용된다.

비율 수정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세는 다소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연초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주식을 대거 매도해왔다. 지난 1월 말 전체 적립금 855조원 중 국내 주식이 180조원으로 21%에 달해 목표치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연초 이후 16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이어왔다. 이에 국민연금의 매도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동안의 매도 조정으로 인해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19%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변경 전 기준을 적용하면 14.8~18.8%이기에 맞추기 위해 더 매도를 해야 했으나, 기금위가 투자 비중을 조정하면서 더는 팔지 않아도 된다. 전략적 자산 배분 계획에 맞추기 위한 기계적인 주식 매도가 줄어들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전략 변경이 국내증시 수급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도세는 줄어들 수 있으나, 매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아서다.

비중 조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거세다. 지난해부터 대주주 및 주식 양도세 기준, 공매도 금지 등 주요 사안들을 투자자 반발에 떠밀려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자금인 만큼 투자자 여론에 흔들려선 안 됐다는 평가다.

참여연대는 9일 비판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는 노동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관계 전문가로 이루어진 기금위의 충분한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심지어 국내주식 투자 비중 상향 조정이 부적절하다는 다수위원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리밸런싱 범위조정을 밀어부쳤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부양을 위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희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성토했다.

이어 “국내 주식시장 부양을 희망하는 주식 투자자들의 민원에 편승하여 기금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의 우려까지 무릅쓰고, 리밸런싱 허용범위 대폭 확대 결정을 강행한 것에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다”며 “경제 집단의 이해를 우선시하여 국민연금을 희생시키는 정부의 강행 조치 중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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