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이 시작한 ‘쩐의 전쟁’...승자 없는 ‘출혈 전쟁’ 우려도 

기사승인 2021-04-15 05: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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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이 시작한 ‘쩐의 전쟁’...승자 없는 ‘출혈 전쟁’ 우려도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카트에 담은 고객(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쿠키뉴스DB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경쟁사보다 1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는 유통가 ‘쩐의 전쟁’이 10년만에 돌아왔다. 대형마트 1위인이마트가 쿠팡과 롯데마트, 홈플러스를 겨냥해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꺼내들자 롯데마트, 마켓컬리, 이베이코리아 등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즉각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쟁의 시발점은 쿠팡이었다. 앞서 쿠팡은 이달 2일부터 와우 멤버십 회원이 아니더라도 로켓배송상품을 무료로 배송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이번 이벤트가 기간 한정 이벤트라고 했지만 그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선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이 자금력을 기반으로 다시금 공세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출혈 경쟁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후 이마트가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내세워 가격 선전포고를 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마트는 이달 8일부터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과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의 점포 배송 상품 중 500개 가공·생활용품을 대상으로 가격을 비교해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는 ‘최저가 보상적립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쿠팡의 ‘로켓배송’, 대형마트 경쟁사인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을 콕 짚었다. 예를 들면 이마트에서 5000원에 구입한 대파가 쿠팡에서 4500원, 롯데마트에서 4600원, 홈플러스에서 4700원이면 최저가인 쿠팡과 이마트의 차액인 500원을 지급한다. 이마트의 최저가격 보상제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언급된 경쟁사들은 대책마련에 분주해졌다. 우선 롯데마트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15일부터 이마트가 내놓은 500개 생필품 최저가 보상 적립제에 맞서 해당 상품의 가격을 이마트몰에서 제시하는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롯데마트는 이에 더해 해당 상품을 쿠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롯데마트 GO'를 이용해 결제할 경우 엘포인트를 기존 적립률보다 5배 더 적립해주기로 했다. 다만, 롯데마트는 대형마트들의 생필품 가격 차가 실제 크지 않다는 점과 가격을 비교하는 데 따른 피로감을 줄이는 차원에서 매일 실시간으로 가격 비교를 하는 대신 주간 단위로 가격 대응을 하기로 했다.

정용진이 시작한 ‘쩐의 전쟁’...승자 없는 ‘출혈 전쟁’ 우려도 
코로나19로 마트 대신 온라인몰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 사진=쿠키뉴스DB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에 이커머스들도 참전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은 오는 18일까지 마트 뷰티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메가세일’을 진행한다. 이번 세일에는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오뚜기, CJ제일제당, P&G, 아모레퍼시픽, 매일유업 등 7개 대표 브랜드를 포함 총 1600여개 이상의 셀러가 참여한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마켓컬리도 수산, 정육, 유제품, 쌀, 김 등 60여 가지 식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행한다고 이달 12일 밝혔다. 이를 위해 EDLP 정책을 적용한 ‘컬리 장바구니 필수템’ 전용관도 운영한다. 마켓컬리는 주요 온라인 마트의 동일 제품을 모니터링하며 가격대를 파악해 최저가를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가격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업계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마케팅 비용 등의 증가로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통사들이 납품업체들에게 가격 인하 압박 등의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분별한 가격 경쟁이 품질 저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과 생필품들의 납품가는 대형마트마다 동일해 각 사들이 유통 마진을 최대로 줄이는 사실상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는 것”이라며 “최저가 전쟁으로 대형마트가 ‘가장 싸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만, 오히려 대형마트는 싼맛에 간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빠른 배송과 편리한 결제로 인기를 얻은 쿠팡 등에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라며 “온라인 쇼핑을 하던 소비자들이 기존 플랫폼을 쉽게 옮길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st107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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