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임직원 모두 ‘뿔났다’...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뒤통수’

철수 발표 후 고객문의 25% 늘어…노조 “뱅크런 현실화·대규모 실직” 우려
씨티은행 “뱅크런 전혀 사실 아냐…고객 지원 우선순위 둘 것”

기사승인 2021-04-20 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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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임직원 모두 ‘뿔났다’...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뒤통수’
사진=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사업을 접겠다는 지침을 밝히면서 씨티은행의 구성원인 임직원들을 비롯해 금융소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씨티은행에서는 고객·임직원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고객들은 예금을 인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노조는 강력 투쟁을 예고하는 등 소매금융 철수 후폭풍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15일(현지시간)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향후 전략방향을 발표하면서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예금,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사업에서는 손을 떼지만 기업금융 사업은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은 한미은행을 인수, 한국씨티은행을 출범한 이후 철수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씨티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대규모 점포 통·폐합을 진행하자 철수설에 대한 목소리는 힘을 얻었다. 씨티은행에서는 꾸준히 철수설에 대해 부인하며 WM(자산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왔지만, 끝내 소매금융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확정된 바는 없다. 이를 위해 씨티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씨티그룹 본사가 발표한 국내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 방안에 대해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소매금융 철수에 따른 출구전략으로 ▲사업 통매각 ▲부분 매각 ▲점진적 폐지 등 세 가지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에 대해 임직원과 금융소비자 모두 반발하는 모양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소매금융 철수에 대해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사업을 재편·강화하고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해명했지만 이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고객 문의가 평소보다 25%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의사항은 내 자산이 안전한지, 기존 서비스 이용에 문제없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임직원 모두 ‘뿔났다’...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뒤통수’
사진=한국씨티은행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고객 예수금은 27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출 자산은 24조7000억원이며, 신용카드 회원수는 개인과 법인이 각각 104만8000좌(계좌)와 4만8000좌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노조도 이번 소매금융 철수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매금융 철수가 현실화할 경우 고객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소비자금융에 대한 매각, 또는 철수 등 출구전략이 추진되면 대규모 실업사태는 물론 고객 불편도 초래하게 된다”며 “이미 씨티은행에 예치한 자산을 걱정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지점마다 수백억원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소매금융 철수로 인해 대규모 실업 사태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임태준 씨티은행노조 홍보국장은 “씨티은행 직원 3500명 가운데 소비자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영업점 소속 940명을 포함해 총 2500명에 이른다”며 “소매금융이 철수할 경우 대규모 실직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씨티은행 노조는 19일 긴급전원운영위원회 개최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투쟁기금 편성을 진행하고, 본점에서 규탄 시위를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은 노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씨티은행 측은 “은행의 수신고가 평소의 변동범위 안에 있으며, 대규모 인출사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변함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지점영업, 콜센터 등을 포함한 고객 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에 대해 금융당국은 고용 안정 등 필요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향후 진행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며,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hobits309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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