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국회의원 장애 비하 “더는 못 참아”… 공익소송 나선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회 앞 기자회견 개최

기사승인 2021-04-20 11: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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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국회의원 장애 비하 “더는 못 참아”… 공익소송 나선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단체는 20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차별발언에 대한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노상우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장애 비하 발언에 대해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단체들이 공익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국회의원들의 반복되는 장애비하 발언에 대해 국회의장과 6명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소송을 제기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19년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조롱해도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 “제가 의사인데 XX 법무부 장관은 정신병이 있다.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 정신병자를 믿는 사람은 뭔가”, “웃기고 앉아있네. XX 같은 게”…. 등 장애 비하 발언들이 지속적으로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12월30일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이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표현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 들어서도 장애인 비하·차별적 발언이 계속 나왔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지난해 6월 자신의 SNS에 “’외눈박이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라는 글을 남겼고,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이 외에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장애 차별적 발언은 지속되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장애당사자들은 한목소리로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비하하고 모욕한 점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체장애 당사자인 조태흥씨는 “무심코 던져진 장애인 비하 발언이 장애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 국회의원들은 알지 못한다”며 “국회의원들은 장애 당사자를 비하하려는 의도를 가지지 않았다며 변명한다. 문제는 비하 발언을 의식했느냐가 아니다. 무의식 속에 사회적 인권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자리잡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만 오면 ’장애인 여러분의 어려움과 아픔을 안다. 그 문제를 해결해주겠다. 한 표만 달라‘고 한다. 하지만 의원 뱃지를 다는 순간, 정애인을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쓸 뿐”이라며 “사회적 소수자를 적당히 이용하고 함부로 해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반복된다. 우리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종이컵이 아니다. 당신들의 비하 표현이 삶의 의미도 잊게 하기도 한다. 이제는 비하와 혐오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했다.

20대 지체장애 당사자 주성희씨는 “국회의원들이 쉽게 SNS에서 장애 비하발언을 희화화한 말로 사용할 때마다 나를 대상화하지 않았지만, 결국 장애인이라는 존재는 희화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로 인해 어디서도 드러나선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불편을 표시하면 ‘왜 웃기잖아’라는 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쿨하지 못하게 짚고 넘어가냐’, ‘왜 이리 예민하게 구냐’는 말들이 장애 비하 발언으로 상처받은 나를 두 번 상처받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말이 가진 힘은 위대하다”며 “사소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를 준다.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이미지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장애인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을 비하하고 배제한다.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당사자 이돈현씨도 함께했다. 이씨는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인들은 부정정인 시선, 사회적 편견으로 차별받고 있다”며 “이 와중에 국회의원들이 벼랑 끝까지 내몰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무지를 넘어 무시하는 처사다. 장애 비하발언에 대한 마땅한 처벌과 징계가 필요하다. 장애인도 똑같은 국민이자 사회구성원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밝혔다.

공익소송을 대리하는 최정규 원곡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1대 국회 개원 후 지금까지 장애비하발언을 한 6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의원을 대표하는 국회의장 총 7명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곽상도, 허은아, 조태용, 윤희숙, 김은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그리고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각 국회의원에게는 100만원의 위자료, 국회의장에게는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에 대해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고 본회의에 보고하는 등 징계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규정을 담을 것을 적극 조치할 것을 청구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노태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국회의원들이 비하의 용도로 장애인을 빗대어 발언해 장애당사자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적 편견을 야기해왔다”며 “사과를 하거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뒤늦게 수습했지만, 장애 비하는 반복됐다. 이제 우리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형식적 사과는 믿지 못한다. 법에 의한 권리를 행사하고 법정 밖에서 어떤 회유에도 응하지 않겠다. 형식뿐인 사과와 허울뿐인 약속을 넘어 의무와 책임을 추궁받게 될 것이다. 장애인의 날인 오늘 장애인의 날에 던지는 메시지다”라고 힘줘 말했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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